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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누드 풍자화'로 호떡집 된 정치권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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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전의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 '더러운 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파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윤창원기자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풍자화 '더러운 잠'을 두고 혐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문화예술을 대하는 정치권의 '정치공학' 프레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곧, BYE! 展'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을 훼손했다.

해당 그림 전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으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소속 여성의원들은 표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당 여성의원들도 민주당의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러운 잠' 이미지를 건 뒤 "이래 놓고 좋다고 낄낄거리고 있는 건가요? 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박영선의 이런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다행히 이 작가에게 정부 지원금은 지급되지 않았답니다. 이걸 건 사람은 국회의원이라는데, 집에서 애들을 어떻게 키울까요?"라고 적었다.

이에 전시회 참여 작가들은 "이 전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와 풍자"라며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여성비하 운운하며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비호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날 미술평론가 반이정 씨는 블로그에 '표창원과 더러운 잠 논란?…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기대하지 마라'라는 글을 올리고, "이처럼 집단적인 광기 앞에선 이성적인 대책이 무력하다"며 '더러운 잠'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했다.

반 씨는 "이미 널리 알려진 16세기와 19세기에 제작되어 일반인이 사다 보는 미술책에도 나오는 명화 누드 그림 위에, 얼굴 부위만 박근혜 얼굴로 채워둔 패러디물일 뿐이며, 심지어 원화에선 노출된 여성기 부위마저 강아지 두 마리를 얹어 '자체 검열'까지 한 그림"이라며 "이렇게 몇 겹으로 검열된 그림을 두고 국회의원들과 일부 평론가들이 '성폭력'이라고 난리법석이고 이걸 언론이 받아 적으면서 세간의 화제를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해프닝은 국회의원들과 평론가들이 평소 미술의 기초와 교양의 기초에 얼마나 어두운 채 살아가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 씨는 해당 그림에 대해서도 "여러 언론 보도들이 이 문제의 그림을 마네의 '올랭피아'의 패러디라고 적었던데, 엄밀히 말하면 마네의 '올랭피아'(1863)와 지오르지오네의 '잠자는 비너스'(1502)를 결합시킨 후 박근혜와 최순실의 얼굴을 넣어 패러디한 걸로 표현해야 맞다"고 바로잡았다.

◇ "파시즘적 건전과 퇴폐 이분법 벗어나자" "정치가 과잉인 시대의 씁쓸한 초상"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를 훼손했다. (사진=김수영 기자)

 

같은 날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올랭피아 패러디와 풍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글을 통해 "마네는 올랭피아를 살롱전에 출품하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미술사에서 올랭피아를 왜 높이 평가하는지를 이해했으면 한다"며 여성의 몸을 도구화한다는 현대적 비판도 있지만, 이 그림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주인공의 시선이었다. 더이상 여성이 보이는 객체가 아니라, 보는 주체임에 주목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풍자의 방식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얼마든지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현해도 된다. 그래도 19세기 살롱전을 관장했던 프랑스의 관료처럼 굴지는 말자"며 "히틀러 시절의 '퇴폐' 낙인을 찍던 검열관은 되지 말자.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를 만들고 탄압할 때, 문체부에서 만든 '건전 콘텐츠 TF', 그런 파시즘적 건전과 퇴폐의 이분법은 벗어나자"라고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끝으로 "풍자는 풍자고, 정치는 정치다. 이 해프닝이 말 그대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행위예술로 전환했다"며 "좀 불편하고 혐오스러워도 품격있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랭피아'는 당시로서는 세속적인 천박함과 그림속 주인공의 불편한 시선, 거친 표현양식 때문에 엄청난 욕을 먹었다. 관람객 중 일부는 주먹질을 하고 지팡이를 휘둘러 그림을 지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며 "특히 그림을 본 남성들은 당시 자신들의 은밀한 속성, 즉 겉으로는 점잖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뒤로는 사창가 여인이나 정부들과 놀아나는 모습을 까발린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충격과 분노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이 작품은 현재 가격을 따질 수 없을 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박근혜 누드가 150년이 지난 지금 당시 프랑스처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뜨악함 그 자체"라며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걱정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작가들의 전시회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주최자인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까지 논의하고 있다니, 야당발 블랙리스트 아닌가… 정치가 과잉인 시대의 씁쓸한 초상"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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