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료사진)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밝힌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전 내각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전혀 상의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하자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낙하산 근절을 약속한 당시 담화 다음날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자니윤(본명 윤종승·80)씨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도록 종용했다고도 유 전 장관은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27일 방송 예정인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뒤 자신이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던 국무회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바꾸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걸 어떻게 내각의 국무위원들하고 한번 상의도 안 하고 혼자 결정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라고 자신이 말하자, 박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굉장히 화를 내시면서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역정을 내셨다”고 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거의 토론이 없었다”고 한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게 토론이라고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저도 굉장히 혼란스럽다. 이분(박 대통령)이 정말 어떤 생각을 했는지”라며 “어려운 문제, 국가적 과제가 있으면, ‘나는 점점 더 단단해져야 돼. 나는 절대로 밀리면 안돼’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개인적 느낌을 밝혔다.
자니윤. (자료사진)
특히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 바로 다음날 자니윤씨 임명 지시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경 해체를 깜짝 발표하며 “관피아의 폐해를 끊고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는 임용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 혁신하려고 한다”고 발언, 의로운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눈물을 쏟았던 담화다.
자니윤씨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유 전 장관은 “국민들 앞에서 눈물 흘리면서 말씀하시고, 그 다음날 그분의 뜻인지 아니면 김기춘 실장의 장난인지 몰라도 자니윤도 임명을 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 그렇게 국민들한테 약속하고, 그 다음날 저한테는 자니윤 임명을 지시했다”는 게 유 전 장관의 말이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자니윤씨 임명 지시를 받고 청와대 수석 몇 사람과 의논하니 “그 수석들이 깜작 놀라서 ‘큰일 난다. 이거 했다가는 정말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킨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자니윤씨를 직접 만나 관광공사 상임감사가 아닌 관광공사 상임 홍보대사를 제안해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기춘 실장이 “시키는대로 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그대로 해라”고 지시했다고 유 전 장관은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그 이후 사의를 표명했고, ‘기다리고 있으면 자유롭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그해 7월 면직됐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돼 자니윤씨는 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돼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올해 6월 발표된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자니윤씨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그 즈음 그는 건강상 이유로 감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