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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노리는 희대의 권력자, 김기춘·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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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공통점…"철저히 준비해 방어논리 깨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왕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란히 특별검사팀의 강제 수사를 받게 됐다.

자타공인 최고의 법률전문가들이 이번에도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갈지, 아니면 특검팀의 엄단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26일 오전 서울 평창동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김 전 실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김 전 실장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으로서 (김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수사기록 일부를 넘겨받았다.

김수남 검찰총장까지 나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했던 시작과 달리, '용두사미' 수사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횡령 의혹과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아들 보직 특혜 의혹, 처가의 강남땅 매각 의혹 등 대부분이 특검의 '공'으로 넘어갔다.

◇ 최고의 '권력 실세들' 정조준…성과 있을까

특검팀의 김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단계에서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데 그쳤고 압수수색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2014년 김희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으로 급반전했고, 특검팀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유의미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비서관 회의 내용에서 지시한 내역을 담은 비망록에는 그의 인사전횡, 권력남용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 전 실장이 2014년 6월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최씨의 측근으로 구속기소된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만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동조했을 개연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것도 특검팀이 보는 혐의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 민정비서관 신분으로 세월호 수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서버 압수수색을 제지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수사팀은 해경을 압수수색하기 전 이미 대검과 법무부에 압수수색 예정보고서를 보냈고 집행 전에도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를 지정해 또 보고서를 올렸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2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해경과 검찰 간 마찰이 있다길래 상황파악만 했다"고 했지만, 압수수색을 제지하려 한 것이라는 수사팀 반발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견제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지난 4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한 정황을 알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내사에 나서자 이를 제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실은 올 4,5월 문화계 황태자인 차은택씨를 '특별감찰 견제용'으로 조사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가 총재로 있던 구국봉사단 단원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 한 시대 풍미한 권력자들의 '끝'은?

현재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갖 법리로 꽁꽁 무장한 이들의 방어논리를 깰 만한 핵심 단서들을 모으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 특검도 수사 초반 "그 분(김 전 실장)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 역시 청문회를 지켜본 수 많은 법조인들이 "법리적으로 다 빠져나가는 답변이고 오히려 해명 기회만 줬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대공 수사국장을 지냈고,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는 등 군사독재시절 맹활약한 인물이다.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거쳐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권력 실세 중의 실세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인물로도 알려졌다.

그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씨를 몰랐다고 할 수 없겠다"고 말을 바꿨다.

우 전 수석 역시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한 이래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검사장 승진에 고배를 마셨지만,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민정수석에 연수원 19기로 파격 발탁된 뒤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비호 아래 거침없던 김 전 실장과 검찰을 강하게 통제하던 우 전 수석.

특검이 최고의 사법전문가들로 평가받는 이들을 조만간 대치동 사무실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유형의 면죄부만 주고 수사를 끝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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