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한형 기자)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진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는 야권 대선 주자 대부분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박원순 시장만 영결식에 참석한 전체 군중을 향해 발언할 수 있었다.
영결식에 참석한 대선 주자 중 박 시장만 유일하게 서울시장 자격으로 추도사를 했기 때문이다.
추도사를 통해 박 시장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운집한 시민의 절절한 바람에 정확하게 부응했다.
그 바람은 쌀값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상경한 농민을 직사 물대포로 숨지게 하고 비선 실세를 통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렇게 부도덕한 정권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시장은 "경찰은 오늘도 소방수 사용을 요청했지만, 불허했다"며 "앞으로 정당한 시민 집회를 진압하려는 목적의 소방수 사용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환호와 박수가 박 시장에게 쏟아졌다.
박 시장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를 개탄했고, 백남기 농민 영전에 "이제 우리가 일어서서 박근혜 정권이 망쳐 놓은 모든 일들을 바로 되돌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는 말이 박 시장 입에서 나오자 환호와 박수는 절정에 달했다.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에게 박 시장은 이미 그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선 동지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직은 '즉각적인 박근혜 정권 퇴진' 민심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신중함을 유지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추도사에서 전날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바를 거듭 강조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 그리고 '국정에서 손을 뗄 것'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국가가 어둠에 잠겨 있다"고 말했지만, 조건을 내건 정권 퇴진 운동 다짐에 보인 시민 호응은 박원순 시장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영결식 사회자는 추 대표에게 "정권 퇴진 운동 약속을 반드시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추도사에서는 '정권 퇴진'이라는 언급이 아예 들어 있지도 않았다.
박원순 시장의 단호한 정권 퇴진 의지는 영결식이 끝나고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도드라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 그리고 문재인ㆍ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은 영결식이 끝나자 일제히 광화문광장을 떠났다.
박원순 시장은 그러나 촛불집회의 맨 앞자리를 지켰다.
영결식에 이어 촛불집회까지 시민과 함께한 민주당 의원들은 송영길·안민석·박홍근·표창원·김병관 의원 등에 그쳤다.
한편 정의당은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함께 시민들과 촛불을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앞서 영결식 추도사에서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민 생명을 빼앗은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며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