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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30대 여성들은 'OO패치'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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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성 대 여성' 젠더 대결 구도로 보는 것 옳지 않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강남패치·한남패치·성병패치에 이어 재기패치. 경찰에 줄줄이 붙잡힌 OO패치의 운영자들은 모두 2,30대의 여성들이었다.

이들을 두고 '남혐-여혐' 등 젠더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이들이 SNS 신상털이 범죄의 피의자가 된 이유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 줄줄이 잡힌 젊은 여성들…'왜?'

지난 8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연예인 개인 신상 취재 전문매체 디스패치의 아류인 이른바 '강남패치' 운영자정모(24·여)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남패치는 연예인, 유흥업 종사자 등 불특정인의 사생활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정체가 탄로 난 운영자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클럽에서 알게 된 모기업 회장의 외손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심 때문에 강남패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불특정 다수 남성의 사진을 찍어 "유흥업소 남성 종업원들"이라며 SNS에 올리고 개인정보를 유출한 '한남패치'의 운영자 양모(28.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에는 불특정 다수 남성을 '성병 보균자'로 지칭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성병패치'의 운영자 김모(20·여) 씨가 불구속 입건됐고, 5일만인 지난 11일에는 역시나 불특정 남성들의 사진을 올리고 이들이 '일간베스트'의 회원이며 성매수를 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재기패치'의 운영자 이모(31·여)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써 'OO패치' 시리즈 4편의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고, 이들은 모두 20~30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범행 동기에 대해 "이전에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패치'에 올라왔던, 허위 사실이 섞인 게시물 모습이다. (사진=김구연 기자)

 

◇ 젠더 갈등일까 개인의 일탈일까

한남패치와 성병패치, 그리고 재기패치는 모두 불특정 남성들을 타깃으로 했다. 남성들이 술집에 드나들고, 성생활이 문란하고, 일간베스트에 참여한다며 이들을 폭로하고 단죄하려 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범주의 혐오 범죄가 아니며, 이를 '남성 대 여성' 이라는 젠더 대결 구도로 보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범죄는 개인의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의 발현"이라고 분석하며, "잘못하면 이것이 성별 대결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 이전에 개인의 결함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이수정 교수 또한 "남성이든 여성이든 고발 문화가 활성화된 가운데, 일부 고발의 취지가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것이 '여성들의 범죄'로 읽히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였다.

황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혐오범죄(hate crime)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여성은 '남성을 계속 공격하는 여자'가 된다"며 "이것을 섣불리 '일베'에 대한 여자들의 반격이라고 몰고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들을 '일반 여성'으로 범주화하고 '남성들을 혐오한다'고 말하는 식의 일반화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또한 "이 문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하면 오히려 피해 망상에 걸린 남성들에게 알리바이를 줄 수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 교수는 이어 "공교롭게도 잡고 보니까 전부 여성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젠더 갈등 프레임 안에 이 현상을 넣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 또한 이같은 지적에 공감했다. 취업준비생 강모(29·여) 씨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은 것처럼 여자가 SNS를 많이 하다보니까 걸리게 된 것 같다"며 "이게 여혐, 남혐 범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직장인 김모(31·여) 씨는 "일베 등 그런 팽배해있던 여혐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그런 행태를 여성 전체에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기울어진 젠더 운동장이 일탈의 배경 될 수도

한편, 여성들이 이렇듯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하는 배경에는 젠더와 관련된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되는 한국의 젠더 현실이 여성들이 쉽게 일탈에 빠지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배은경 교수는 이 문제가 개인의 일탈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일탈의 원인에 대해서는 "성차별에서 오는 억울함을 해소할 길을 찾지 못한 여성들이 해소의 방법으로 잘못된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여성들이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에서는 마치 가장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여성들로 하여금 쉽게 일탈에 빠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또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에게 남성과는 다른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그것을 스스로 넘어설 수 없는 여성들이 그 구조 안에서 남성들의 도덕성을 욕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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