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지 한 달여 만인 17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 다시 성주를 찾았다.
한 장관은 서울에서 KTX를 타고 성주로 내려가는 등 낮은 자세로 대화에 임했지만 시작부터 양측은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한 장관은 오후 2시 경북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성주 사드배치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성주 사드 배치철회 투쟁위원회와 간담회를 시작했다.
한 장관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사드배치 부지 발표 전에 성주군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며 정부이 결정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장관은"사드배치 결정은 날로 높아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주는 심각한 위협에서 우리나라 안위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 자위적 조치"라며 "대한민국을 가장 넓게 방어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고려해 성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정부의 충정을 이해해달라"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하는 절박한 마음만은 받아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재복 투쟁위원장은 "국방부에서 사드 전자파를 이곳에 두는 결정을 한지 한 달이 지났다"며 "국방장관에게 요구했던 사항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대책위원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성주 군민들은 성주가 사드배치의 최적지로 판단한 평가표와 시뮬에이션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국방부는 주민들이 공개를 요구하는 자료 중 군사보안에 해당되는 부분은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투쟁위와 군민들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군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날 간담회 장소인 성주군청 일대는 한 장관이 도착하기 전부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군민 수십여 명이 모여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사대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간담회 진행이 의미가 없다며 국방장관은 돌아가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도 군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한 장관이 이중삼중의 경호 속에 간담회 장소에 도착하자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군민들과 한장관 일행,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3시 55분쯤 종료됐다.
한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고 경찰에 둘러싸인 채 군청을 빠져나왔고, 일부 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