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변호사. 자료사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인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을 떠난 지 5년 만에 잘나가는 특수통 검사장에서 후배 특수부 검사들에게 조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는 이날 오전 10시 탈세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홍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도 축소 신고해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가능한 5억원이 훌쩍 넘는 탈세 규모를 이미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1년 9월 변호사 개업한 뒤 지금껏 수임해온 5년간의 사건을 전수조사 한 끝에 이같은 정황을 발견했다. 홍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전모씨도 최근 수차례 소환조사해 일부 의혹을 확인한 상태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투자관리 업체 A사를 통해 거액의 수임료를 빼돌려 탈세를 한 의혹을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
홍 변호사 부부의 부동산 자산이 최소 1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홍 변호사가 A사 대표 B씨로부터 경기도 용인 P오피스텔 5채를 구입하면서 한 채당 2억 2405만 1882원 등 1원 단위로 미심쩍은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보유 중인 경기도 용인 중동 B오피스텔 인근 부동산에 나타나 36억원 짜리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한 정황이 목격담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함께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 고교 1년 후배인 이민희씨(구속수감)가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원정도박 사건으로 검경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 변호사는 원정도박 사건 당시 정 대표로부터 수임료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정 대표는 검찰에서 '홍 변호사에게 경찰 조사 당시 3억원, 검찰 조사 당시 3억원 등 총 6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의 불법대출 사건에서는 '우회수임' 의혹, 이혜경 동양그룹 전 부회장의 강제집행 면탈사건, 제주 카지노업자 횡령 사건 등에서는 선임계를 내지 않은 '몰래변론' 의혹이 불거져있다.
여기에 투자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D양돈업체 주주로 현재까지 이름이 등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몰래변론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홍 변호사를 상대로 실제 탈세 여부, 정상적인 과정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재산을 증식했는지, A사의 운영에 개입해 수임료 은닉 창구로 삼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홍 변호사가 수사 주체였던 검사 혹은 수사관을 접촉해 로비를 했는지, 몰래변론 등으로 사건을 왜곡하려 한 정황이 있는 지 등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를 상대로 물어볼 말이 많이 있다"며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조사 결과를 보고 추후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의지와 관련해 "법관이나 검사에 대해 관여한 단서들이 나와야 수사를 할 수 있다"며 "관련 증거들을 종합해 혐의가 있을 때 수사에 착수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필요하다면 홍 변호사와 정 대표, 구속수감된 또다른 의혹의 핵심인물 최유정 변호사, 브로커 이민희씨의 대질도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이민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이씨가 홍 변호사에게 사건을 연결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이씨와 홍 변호사가 올 1월부터 수개월간 수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한 정황도 포착하고 말맞추기나 증거인멸 정황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