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대전은 여야의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게끔 구도가 짜였다.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전체 6개 지역구를 3개씩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인구 비례에 따른 선거구 재(再)획정 결과, 의석수가 1석 늘어 홀수돼 무승부가 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번엔 20년 만에 지역 정당이 없다. 맹주가 없는 상황에서 대전의 판세가 충청권 전체를 가를 수 있어 여야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이재선 대전 서구을 후보가 5일 둔산동 시교육청네거리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CBS총선기자단 김민성 기자
◇ 서구乙…박범계 “與 경제실패 심판” VS 이재선 “지역 토박이論”서구을은 ‘대전 정치의 1번지’로 불린다. 대전시청과 정부청사, 법원 등이 밀집해 있어 여론 주도 계층이 많이 거주한다.
현역 의원인 더민주 박범계 후보는 지난 5일 CBS총선기자단과 만나 “민생 실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며 ‘경제 심판론(論)’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지역 경제 상황에 맞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전 서구을 현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5일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유권지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총선기자단 김민성기자
도전자인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는 ‘토박이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15~16대 국회에서 자민련, 18대에는 자유선진당 후보로 당선됐던 지역정당의 후예다. 이 후보는 ”과거 지역정당을 지지하던 분들은 항상 저와 정을 나누던 사람들“이라며 지역의 ‘적자(赤子)’임을 내세웠다.
지역 주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월평동에서 만난 상인 이모(64)씨는 “박 후보가 추진력이 있고 의정활동 내용도 희망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부 김모(60)씨는 “소박한 성격의 이 후보가 꾸준히 지역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오랜 시간 주목해왔다”며 이 후보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이동규 대전 서구을 후보가 5일 둔산동 시청네거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CBS노컷뉴스 총선기자단 김민성 기자
이밖에 국민의당 이동규, 정의당 김윤기 후보 등 다른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 반응도 관찰됐다. 야권이 분열된 결과 서구을에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드러섰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다른 야권 후보의 지지도가 낮아 사실상 새누리당과의 ‘1대 1구도’”라며 불리하지 않은 판세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신호 대전 유성을 후보(왼쪽)가 5일 유성구 송강재래시장에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총선기자단 김지환 기자
◇ 분구된 유성구, ‘與野 균형’ 흔들 진원지?유성구는 선거구 획정 결과 갑을, 두 지역구로 분리됐다. 늘어난 의석을 어느 정당이 차지하는지에 따라 대전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성갑에는 새누리당 진동규(전 유성구청장) 후보와 더민주 조승래(전 청와대 비서관) 후보, 국민의당 고무열 후보, 정의당 강영삼 후보 등 4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성구을에는 현역 3선 의원인 더민주 이상민 후보가 버티고 있다. 도전자는 새누리당 김신호, 국민의당 김학일, 정의당 이성우, 노동당 이경자 후보 등이다.
현역 이 후보에 대한 ‘재(再) 지지’ 의사를 밝힌 시민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송강동에 거주하는 송모(28)씨는 “그간의 의정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서 7점”이라고 평가했다.
현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후보가 지난달 24일 20대 총선 대전 유성을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출처=이상민 의원 블로그)
새누리당 김 후보는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현역 물갈이’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김 후보는 교육 수요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교육부 차관, 지역 교육감 등을 역임한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전민동에 거주하는 복한수(61)씨의 경우 “이 후보가 3선이나 했는데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못했다”며 “교육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국민의당 김학일 대전 유성을 후보가 5일 유성구 송강재래시장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총선기자단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