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전 통일교 중앙행정실장이 지난 2024년 통일교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일교 '피스티비' 캡처통일교가 지난 2021년 초 중앙아시아 K국의 유력 대선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정황이 교주 한학자 총재에 대한 보고 문건에 등장한다. 돈을 전달한 인물은 2023년 더불어민주당에서 당직을 맡기도 했던 이모 전 통일교 중앙행정실장으로 파악된다. 이 전 실장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임종성 전 의원이 민주당에 추천한 인사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3천 쪽 분량의 'TM(True Mother, 통일교 내부에서 한학자 총재를 지칭하는 약어) 보고' 문건엔 통일교가 2020년 말에서 그 이듬해 초 K국 내 부정선거 논란과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정치적 격변 상황 속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대선자금을 전달한 정황이 담겼다. 해당 문건은 정치권 로비 의혹의 핵심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주요 보직자 등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한 총재 보고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12월 29일자 서신 형식으로 적힌 보고에선 K국 대선을 앞두고 당시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했던 A후보가 거론되며 "A후보 측 수석보좌관과 30분 전화회의를 한 결과 (A후보가) 전체 보좌관회의를 통해 통일교에 '전면적 협력', '전방위적 지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진 보고엔 구체적으로 '후원금'이란 표현이 언급된다. "(A후보 측에선) 말씀하신 후원금은 한국에 특사가 나오지 못하는 이상 액수 전달에 한계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 자신들이 특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저희 측에서 본부 사정을 고려해 20만 달러로 어림짐작하였으므로 가능하면 20만 달러에서 40만 달러 수준에서 가능하신대로 후원해주시면 바로 전달이 가능하다"고 적혔다. 이는 윤 전 본부장 측에서 먼저 후원금을 언급했으며 이에 보고자 측에서 A후보 측에 전달할 구체적인 후원금의 액수를 산정해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약 일주일 뒤인 1월 7일자로 역시 서신 형식으로 적힌 문서엔 "K국 관련 중요사안 보고드린다"며 후원금이 A후보 측에 전달된 정황이 담겼다. 보고자는 "(A후보 측에서) '전달해주신 것은 감사히 사용하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전달받은 물건은 오늘 오후 수령인 본인에게 전달됐으며, 상당히 고마워했다고 전달한 이들이 전해왔다. 또 이에 대한 감사는 대선 후 어떻게든 표하겠다 전했다"고 썼다.
보고가 오간 시점 얼마 뒤 치러진 K국 대선에선 실제 A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건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통일교의 로비 활동은 본인들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기존 정부가 무너진 뒤 새 정부가 들어설 상황에서 유력 정치 세력 쪽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는 2012년쯤 법원 판단으로 K국 내에서 활동이 금지된 상태였다.
K국 내 부정선거 논란으로 대규모 시위와 정권 붕괴가 시작된 2020년 10월 초부터 이어진 보고엔 K국의 상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혔다. 그러면서 "많은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다시 현직으로 나서려는 세력들이 통일교가 이전에 가진 영향력을 알고 있다", "(새 권력자들이) 저희에게 매우 협조적이다" 등의 기대감 섞인 보고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또 보고자 측은 "(앞으로 있을) 대선과 개헌투표, 그리고 이어질 총선에서 저희가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할지, 또 어떤 방향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할지 등에 대한 세계본부장님의 지침과 가이드가 있기를 희망한다"며 K국에 대한 정치 개입과 관련한 통일교 본부 차원의 지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건 속 K국 정치권 지원 관련 내용 대부분엔 보고자가 누군지 명확히 명시되진 않았다. 그러나 세부적인 보고 내용 속에 드러난 단서와 통일교 안팎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K국 내 로비 활동을 핵심에서 담당한 인사는 이모 전 통일교 중앙행정실장으로 파악된다. 이 전 실장은 K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통일교 선교사였을 뿐 아니라 당시 통일교 내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총괄국장직을 맡고 있었다.
특히 한 보고에선 기존 정권의 실각 이후 새롭게 힘을 얻게 된 정치 세력들과의 친분이 언급되면서 '제가 대통령전권대표 때 친한 인사들'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데, 취재 결과 이는 이 전 실장이 통일교 내부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언급해 온 이력이라고 한다. 복수의 통일교 내부 인사들은 "러시아어에 능통한 이 전 실장은 과거 K국에서 정부 요직을 지내기도 했으며 정치권 인사들과의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로비 활동을 했었다고 주변에 많이 얘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모 전 통일교 중앙행정실장이 지난 2023년 4월 국회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유튜브 '오마이TV' 캡처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역할 이후 통일교 본부에서 선교정책처장, 중앙행정실장 등 요직을 지내며 한때 통일교 내 3인자급으로 부상하기도 했던 이 전 실장은 2023년엔 민주당 내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해당 조직의 의장은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으로 이 전 실장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임종성 전 의원은 2023년 당시 자신이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으로서 과거 중앙아시아 출장에서 만나 인연이 있고 이 전 실장이 러시아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과 K국, 그리고 임 전 의원의 관계는 'TM 보고' 문건 속 다른 보고 내용에서도 언급된다. 2019년 10월 이 전 실장 명의의 보고엔 K국의 댐 건설 사업과 관련해 "한국ODA 자금을 일부 이용한 투자사업 형태로 진행을 위해 현지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임 전 의원의 협조를 받아 한국 수자원공사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취지의 내용이 등장한다. 임 전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물론 K국 관련 내용을 비롯한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적극 부인 중이다.
K국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의혹 등을 묻기 위해 이 전 실장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관련 내용에 대해 통일교 측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기에 문의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특정 전직 간부의 개인적 일탈이 평화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 종교인, 지도자, 그리고 순수한 신도들에게 부당하거나 사회적인 낙인이 되지 않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