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국 경제에 악재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소비자 물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 장기화로 물가 불안이 이어지면 2% 수준으로 상향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의 내부 분석자료 등에 따르면 연간 평균 유가가 10% 상승하면 물가상승률은 0.2~0.3%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전쟁으로 인해 연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물가는 최대 3% 중반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여파로 국제 유가는 급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상승 압력받는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금이나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의 수요는 줄어들어 환율 상승 압력이 된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82 오른 99.195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에 바짝 다가선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4일(한국시간) 0시5분께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달러 강세나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지속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환율 상방이 더 열릴 수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 발언 강도, 미 지상군 투입 여부 등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확전' 속 불안한 환율·유가…물가 상승 우려↑
불안한 환율과 유가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2% 떨어지며 지난해 8월(1.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원부자재의 수입물가가 더 크게 오르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물가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대(對)이란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미국의 탄약 비축량이 사상 최고라며 이를 가지고 전쟁을 영원히,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엔 "(이란과의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이 있다"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태 장기화시 시장 변동성↑…경제 목표달성 어려울 수도"
연합뉴스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올해 목표 성장률(2%)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는데 장기화가 문제"라며(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 여파는 에너지가 제일 크다. 비축량이 많다고 하지만 장기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에너지에 거시정책이 없으면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지속되면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유의미하게 오를 가능성이 보일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중동사태 상황점검 TF 회의'를 열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은은 회의에서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