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에 제주공항이 사흘째 마비된 가운데 운항중단 기간마저 또다시 연장돼 공항체류객 3천여명을 포함한 대기승객 8만여명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제주 전역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에 제주공항이 폐쇄되면서 25일까지 모두 1천200여편의 항공기가 모두 결항됐다.
여름 태풍 때도 볼 수 없는 사태가 '따뜻한 남쪽나라'인 제주의 겨울에 발생하면서 공항 마비사태를 부른 것이다.
예기치 못한 운항 대란에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재 제주에는 다른 지방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8만여명의 관광객이 고립돼 있다.
제주에 있는 친척이나 관광안내소 등을 통해 숙박시설을 잡은 관광객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투숙 여건이 맞지 않거나 숙소를 잡지 못해 제주공항 안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3천여명의 체류객은 원치 않는 노숙을 이어가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공항 대합실 등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은 이미 깔개나 박스 등에 의해 반숙박시설로 변했고, 짐을 나르는 데 쓰이는 카드 역시 간이침대로 변모했다.
지난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관광에 나섰던 한 관광객은 "제주에서 태풍도 아닌 폭설에 발이 묶였다"며 "서울에서 못한 눈구경 제주에서 실컷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공항 체류객들이 삼시 세끼를 공항 안에서 해결하다보니 공항 안에 있는 편의점 식품류는 모두 바닥났고, 폭설로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보급 역시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일 오전 9시로 계획됐던 제주공항 운항중단 기간이 또다시 연장돼 공항 체류객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지역 날씨가 풀리지 않음에 따라 25일 오전 9시까지 예정됐던 제주공항 운항 중단 조치를 이날밤 8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무려 50시간 동안 제주공항이 폐쇄되면서 23일 296편, 24일 517편, 25일 390여편 등 모두 1천200여편이 결항되는 사상 유래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