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제주공항에는 대기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사진=노컷뉴스 박정섭 기자)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 중단사태에 제주공항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체류객 수천여명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25일 오전 9시까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가운에 현재 제주에는 미처 다른 지방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6만여명의 관광객이 제주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도내 각 호텔과 리조트 등에서 이제나 저제나 날씨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도내 호텔 등에서의 투숙 여건이 맞지 않거나 숙소를 잡지 못해 제주공항에서 뜻하지 않은 노숙을 이어가고 있는 3천여명의 체류객.
이들은 가족이나 일행끼리 삼삼오오 모여 공항 대합실은 물론 복도 등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을 가득 차지하며 불편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관광에 나섰다가 발이 묶인 김영철씨(61·경기도 김포시)는 "관광 때만 해도 그다지 춥지 않아 역시 국내 관광은 제주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황당하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한라산 등반차 제주를 찾았던 이순영씨(57·서울시)는 "명색이 국제공항이라면서 활주로에 열선이 없어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저비용항공사는 최소한의 편의 제공도 없고, 대기표도 받지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틀째 제주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한모씨(57·경기도 일산시)는 "잠자리도 그렇고 매 끼니마다 빵으로 대신하려다보니 끼니를 때우는 것 역시 힘들다"며 "언제쯤이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24일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제주공항에는 대기승객들로 대혼잡을 빚었다.(사진=노컷뉴스 박정섭 기자)
공항 체류객들이 삼시 세끼를 공항 내에서 해결하다보니 공항 안에 있는 편의점 식품류는 모두 떨어졌고, 폭설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보급 역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공항 내 한 편의점 주인은 "보내주겠다던 물건이 제때 도착하지 않다보니 이용객들 대부분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물건 파는 걸 떠나 체류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기상악화때 체류객 지원사업'에 따라 22일부터 함께 밤을 지새우며 이들 체류객을 위해 삼다수와 빵을 지원하고 있다.
또 모포 등 깔개와 함께 이들의 체온 유지를 위해 24시간 난방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공항 체류객을 위해 모포와 매트 5천개와 생수 2만병, 그리고 빵 등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며 "25일 오전부터 제주공항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 등과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24일 정오까지 예정됐던 활주로 운영 중단을 25일 오전 9시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24일 운행 예정이었던 항공편 510여편과 25일 오전 9시까지 항공편 60여편이 취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