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 (우측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사진=윤창원 기자)
미국의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30일 주요 기술의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신뢰할 수 없다며 호된 질책을 쏟아냈다.
◇ 국방부·방사청 "자체개발 할 수 있다"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의 자체 개발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KF-X는 우리의 항공우주산업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해서 우리가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는 확신아래 추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도 "KF-X는 세부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산업체, 전투기 관련 수출도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연구진과 토의한 결과 충분히 기간 내에 추가 비용없이 할 수 있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장 청장은 "KF-X의 129개 대상 품목 중 현재까지 93개를 국산화 품목으로 확정했으며 초도 양산 1호기 가격을 기준으로 국산화 목표의 65% 수준을 달성했다"면서 “2025년까지 시제기 제작과 시험비행을 거쳐 KF-X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25∼2028년 초도 양산과 추가 무장, 2028∼2032년 후속 양산의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기술은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이다.
실제 개발담당자인 국방과학연구소 이범석 수석연구원도 자체 기술개발이 가능하다며 기술적 측면을 보고했다.
레이다 기술 개발 담당인 이 연구원은 "KF-16 전투기, MUAV(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수리온 헬기, FA-50 경공격기 등 기존 무기체계의 항공전자장비 장착 경험을 토대로 유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개발이 가능하고 체계 통합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여야 "못 믿겠다", "대통령 속이고 있다"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믿지 못했다.
국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자체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함정용 레이더에서 점프해서 항공기 레이더로 가겠다는데 두 레이더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으며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도 “국방부장관, 방위사업청장이 대통령에게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격려받고 나왔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쓰는 사람들이 요지부동으로 대통령까지 속여가면서 이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KF-X 사업 예산(670억원)을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11월 한 달이 있는데 국방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서 예산결산위원회에 넘겼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기술 이전을 받아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게 KF-X 사업인데 그 기본 전제가 무너졌는데 자체 개발할 수 있다면서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면서 “재검토해 다시 치밀한 계획을 짜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권은희 의원도 "방산비리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됐어야 했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정확하게 지시받았어야 하는데, 이번에 역시 미봉에 그친 보고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관진, 대통령 눈과 귀 흐려, 책임져야"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