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5명이상의 교사에 의한 연쇄 성추행·성희롱 사건으로 연일 뉴스가 뜨겁습니다. 이 사건은 한두 달에 걸친 것도 아니고 무려 일 년 반 전부터 드러난 것이고 피해자만도 100여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 놀랄만한 것은 가해교사는 성고충상담원 역할을 맡았던 교사이고 교장까지도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진술도 나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요? 시민들은 분노하고 의아해 하지만 상담현장에서 성폭력사건을 목격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학교의 상황은 한국사회 조직 내 성폭력 사건 유형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기에 씁쓸합니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권력관계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번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학생이고 여교사들입니다. 교사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발언권이 약한 갓 부임한 교사이거나 기간제 교사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신속하게 다루고 더 이상의 피해상황이 나오지 않토록 해야 하는 학교 내 안전장치는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안타깝게도 가해자인 당사자들이 이 안전장치를 움직이고 의사결정을 하는 담당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학교내 폭력사건 대응 매뉴얼에 의하면 학교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최초로 사안을 다루게 되는 ‘성고충상담위원회’ 또는 ‘전담기구’는 교감을 위원장으로 하고, 보건교사, 상담교사로 구성됩니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사안은 교장에게 보고되고 교장은 교육청에 보고하는 것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체로 사건을 보고받은 교장은 성폭력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기준 없이 그가 가진 통념에 의해 스스로 사안을 판단해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피해교사와 학부모들이 여러 차례 피해사실을 얘기했음에도 학교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도 하지 않고 교육청에는 단지 전화 한 통을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 꺼려했고 심지어 밖으로 유출하지 말라고 은폐까지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논 모양새인 것입니다.
이 명 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