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의 성추행·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내부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K 감사관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4명의 피해 여교사들과의 면담에 앞서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감사팀원 2명에게 배석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들은 K 감사관이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조사하려고 해 배석을 거부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 감사관은 "면담에 앞서 개인적인 점심 자리에서 막걸리 서너잔을 마신 사실은 있다"면서도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해당 여교사들에게도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나서 면담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지나고 보니 마시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감사관실 직원들이 K 감사관을 길들이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인 K 감사관은 지난 6월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임용됐다.
K 감사관은 이번 고교 성추행·성희롱 사건을 맡은 감사팀에 시민감사관을 포함하라고 지시했지만 감사팀은 관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학부모 등 일반시민 공모를 통해 위촉된 20여 명의 '청렴시민감사관'을 두고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의 감사업무에 투입해오고 있다.
감사관의 지시를 거부한 팀원 2명은 아직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관실 내부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자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학교장을 포함해 남자 교사 5명의 여교사와 여학생에 대한 성추행과 성희롱, 교장의 축소·은폐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에 대해 오는 3일부터 직무유기와 성추행·성희롱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장은 지난해 2월 남자 교사의 여교사 성추행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제대로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축소·은폐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같은 학교 여교사를 상대로 회식 자리 등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각각 한 차례 이상씩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학교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