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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이번 총선, 야권이 이기겠지만 압승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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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천은) 몇 가지 혁신의 노력들을 했던 새누리당이 나았다고 봐”
“민주당, 어떤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확 뜨니까 자만해버린 듯”
“이번 대선 유력 후보는 문재인과 박근혜.. 안철수는 일종의 보험...”
“대선까지는 시사 문제에 대한 활동 열심히 할 것.. 이후에는 트위터도 접을 수 있어”

진중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3월 9일 (금)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정관용> 시사자키 3부, 2부에 이어서 대표적인 시사논객,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와의 긴 대화 이어가겠습니다.

▶정관용> 화제의 시사논객, 진중권 교수와의 대화 이어갑니다. 2부 인터뷰에서 평론가 진중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왜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에 대한 궁금증들을 좀 풀어봤습니다. 이제 우리 현실로 좀 돌아와서요, 아까 2부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언급하셨습니다만, 공천 과정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복수혈전이라고 표현하셨고, 민주통합당은 공천 잘못해서 압승 가능한 총선에서 고전하게 됐다, 라고 하셨고, 또 통합진보당 공천 관련해서는 요즘은 보수가 분열로, 진보가 부패로 망한다. 셋 다 비판하셨어요. 그렇지요?

▷진중권> 국민들의 일반적 평가가 그렇지 않나요, 사실은?

▶정관용> 다 좀 잘못하고 있다?

▷진중권> 다 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뭔가 감동을 주는 공천 같은 것들이 예전 선거에 비해서 오히려 없어진 것 같아요.

▶정관용> 줄어들었다?

▷진중권> 차라리.

▶정관용> 자, 하나씩 다시 한번 해봅시다. 새누리당은 뭐가 제일 잘못한 겁니까?

▷진중권> 일단 뭐 나름대로 혁신을 하려고 했지만, 예컨대 손수조 후보인가요? 이런 후보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혁신적인 그런 공천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게 문재인 씨의 정치적 중요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어떻게 보면 파격이 좀 지나치다 보니까 오히려 그...

▶정관용> 정치적 중요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진중권> 그렇지요.

▶정관용> 오히려 이런 바람으로 선거를 몰아가는 게 승산이 있다, 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진중권> 그렇지요. 그 두 개가 다 있는 거지요. 그런데 뭔가 찝찝함이 남는 부분들이 있고. 또 하나가 이제 보복공천이지요. 복수혈전이라고, 옛날에 친이파가 했던 것들을 지금 친박들이 하는 그런 경향들을 좀 보이고 있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잡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진중권> 그래서 새누리당이 뭐 나름대로 여태까지 잘 하려고 한 것은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한테 어떤 감동을 주거나 설득을 하거나 거기에는 한참 못 미쳤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관용> 민주통합당은 뭐가 제일 큰 문제입니까?

▷진중권>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 있지요.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관용> 임종석 사무총장 그래서 결국 공천권을 내놓았습니다.

▷진중권> 내놓았는데 또 그 사무총장 직인가...

▶정관용> 사무총장직은 유지...

▷진중권> 유지하게 됐지요. 아마 한명숙 그분께서 반려를 했지 않습니까?

▶정관용> 사무총장직도 그만두는 게 옳았다?

▷진중권> 글쎄요, 저는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정관용> 아, 상관없다?

▷진중권> 본인이 안 하겠다고 하면 당에서 흔쾌히 이렇게 받아줘야 되는데, 그거를 반려함으로써 초를 다시 쳐버린, 원래 빛이 좀 바래져 버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사실 잘못된 게 이제 곽 교육감 사태 때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 그때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라고 해서 우리 편이면 감싸주는 문화가 있었고, 그게 이번 공천에 그대로 온 겁니다. 사실 임종석 의원하고 이화영 의원, 그 연루된 비리라는 게 저축은행 비리거든요. 서민들 정말 어렵게 모아놓은 돈 털어먹은 건데, 비록 보좌관이 했다 하더라도. 그런데 그 이야기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했었거든요. 자기는 관계없고 보좌관이 한 일이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고, 설사 보좌관이 했다 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지요. 그게 누구 책임입니까, 자기 책임이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나와 버렸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것도 역시 무죄 추정 원칙, 이렇게 나갔을 때 황당하다는 거지요.

▶정관용> 또,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진중권> 그밖에도... 글쎄요, 지금 막 기억은 나지 않는데...

▶정관용> 민주통합당은...

▷진중권> 통합진보당 같은 경우에는, 물론 이제 본인은 할 말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납득을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피해자 지지하는 모임에서는 이정희 대표 선거사무실 앞에서 한달 동안 지금 집회신고를 했어요. 그건 뭐냐 하면, 그 대표야 뭐 그분이 사실은 별로 한 일은 없었다, 그 사건에서 그렇게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다, 라고 하지만 피해자가 그분에 대해서 굉장히 섭섭함을 느끼고 있거든요. 그러면 그건 뭐랄까, 받아들여 줘야 되는 거지요. 그리고 더 많은 좋은 후보들이 있을 텐데, 왜 꼭 그런 분들을 공천해야 되는지...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그게 조직논리인 것 같아요. 복잡한 조직들의...

▶정관용> 그렇지요.

▷진중권> 수장들을 올리는. 그런 가운데에서 그걸 만약 개혁공천이라고 한다면 유권자를 봐야 되거든요. 자기 조직을 볼 게 아니라. 조직을 위해서 공천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의...

▶정관용> 눈높이에 맞춰야 되는데?

▷진중권> 마음에 맞춰야 되는데 그런데 그걸 안해버렸다는 것이 과연 이 당이 제대로 가고 있느냐.

▶정관용> 자,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공천의 문제점을 다 언급하셨는데, 그나마 그래도 조금 나은 데가 있다면 어딥니까?

▷진중권> 제가 볼 때에는 이번에는 그나마 새누리당이 차라리 좀 나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몇 가지 혁신의 노력들을 좀 했고요. 그건 뭐 새누리당이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라 이제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그랬던 거고.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이분들이 자만을 한 것 같아요. 특히 어떤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확 뜨니까. 두 가지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혼자서도 굳이 진보 쪽, 말하자면 진보정당 쪽 도움 없이도 혼자서도 승리할 수 있다, 라는 자만을 했고. 두 번째는 봐라, 지금 반MB 정서가 이렇게 강하니까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대충 해도 된다, 라고 아주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과연 그 팟캐스트 바람이라는 게 그렇게 지속될 수 있는 바람이냐. 그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서 좀 상황 판단을 좀 굉장히 잘못 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위기의식을 못 느낀 거지요. 사실은 1년 전, 아니 몇 달 전만 해도 위기감이 있었잖아요. 한나라당이 재집권할 거다, 라는 위기감이 있었는데...

▶정관용> 그렇지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진중권> 이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갑자기 이게 역전이 되어버렸단 말이지요. 그래서 완전히 자만을 해버린 거지요.

▶정관용> 그러면, 아직 공천도 완료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총선 전망을 어떻게 하세요?

▷진중권> 글쎄요, 그건 뭐 제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아마도 야권이 이길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우리가 예상했던 압승, 이거는 좀 아닌 것 같고요. 굉장히 어렵게 어렵게... 그래도 이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정관용> 여기에서 말하는 야권은 통합진보당까지 합쳐서?

▷진중권> 예. 그래서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는데, 하나가 뭐냐 하면, 일단 야권 연대는 반드시 되어야 하는 거고, 두 번째로는 각 당의 문제가 됐던 후보들은 지금 공천 반납하고. 자진해서라도. 왜냐하면 유권자들한테, 내가 이 당을 지지한다, 라고 할 때 이 당을 지지하는 어떤 도덕적인 자부심 같은 게 있거든요. 이 당은 낫다, 깨끗하다, 더 잘한다, 라는. 이런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거든요. 그걸 다시 조여서 그걸 회복해서 뭐랄까, 모멘텀이라고 그러나요,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그런 여지를 만들어낸다면, 이기는데 큰 지장은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한때 이렇게 낙관론처럼 압승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이미.

▶정관용> 그러니까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합해서 과반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진중권> 예.

▶정관용> 민주통합당 스스로 과반은?

▷진중권> 아,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진중권> 예. 모르지요, 그런데,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정말 어려운 건...

▶정관용> 알겠습니다.

▷진중권> 왜냐하면 그 지지자들이 정말로 트위터에 올리는 글들을 보면,, 안 가겠다, 선거, 투표하러 안 가겠다, 이러거든요.

▶정관용> 어디 사시지요?

▷진중권> 저는 주소지는 김포로 되어 있고요. 지금 홍대 쪽에 살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럼 김포에서 투표?

▷진중권> 투표해야지요.

▶정관용> 어느 당을 찍으실 건지는?

▷진중권> (웃음) 그거는 일단은 이제 인물 보고 투표하고요. 또 하나는 정당 투표는 제가 이렇게 정해놓았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공개적으로 발표는 안 하시겠고?

▷진중권> 아마도 정당 투표는 진보신당 할 것 같아요.

▶정관용> 진보신당?

▷진중권> 예, 그리고 후보는 아마도 이제 통합후보, 민주당이나 아니면 그쪽 후보.

▶정관용> 야권 쪽의 후보?

▷진중권> 예, 왜냐하면 새누리당은 그동안의 실정에 대해서 아무래도 좀 책임을 져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책임을 지는 방식 중의 하나는 좀 야당 노릇을 하면서 반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식이라고 봐요.

▶정관용> 자, 이 진보정치 운동에 관해서는 항상 있는 논쟁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큰 틀에서 연대 내지 연합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진보정치 세력의 독자성을 추구하느냐. 그런데 과거에 민주노동당, 또 진보신당의 당원이셨던, 열혈 당원이셨던 것을 보면 독자노선의 중요성을 쭉 강조해오셨던, 그런 거라고 보여지는데. 지금 요즘에는 이제 통합진보당이 되면서 연대 쪽에 비중을 이제 강화하고 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중권> 상황이 좀 달라졌지요. 왜냐하면 지난 정권에서는 두 번 다 뭐냐 하면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진보정당은 이제 독자성을 주장해야 됐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정권이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둘다 야당이 된 상태에서는 연합해서 일단 같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고. 또 두 번째는 그 사이에 우리가 좀 좋은 제도가 마련되었습니다. 선거연대라는 것. 그래서 통합후보를 내는데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전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무조건 너희들 양보하고...

▶정관용> 그렇지요.

▷진중권> 대를 위해서 소는 희생하라, 라고 했을 때는 진보정당 쪽에서는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야권 연대의 제도적 틀이라는 게 실천을 통해서 이제 검증되었고, 또 그 파괴력이라는 게 입증되었고, 그런 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같이 가도 된다고 봅니다.

▶정관용> 선거 이야기 나온 김에, 아직도 멀었습니다만,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진중권> 글쎄요. (웃음) 점쟁이가 아니라서...

▶정관용> 그래도 뭐 시사평론가이시니까...

▷진중권> 저는 전망보다도, 제가 바라는 것은 뭐냐 하면, 지금 유력한 후보가 문재인 씨하고 박근혜 씨 아닙니까?

▶정관용> 그리고 잠룡 안철수 교수.

▷진중권> 안철수 교수가 있는데, 안철수 교수는 일종의 보험 비슷한 성격이라고 생각을 해요.

▶정관용> 보험?

▷진중권> 예, 여기에서 뭔가 잘못되었을 경우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구원투수라고 할까나? 그런데 저는 두 분의 장점이 어떤 식으로든 합해졌으면 좋겠어요. 시너지 효과라고 하나요?

▶정관용> 그러니까 문재인, 안철수?

▷진중권> 예, 그렇지요.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는 굉장히 강력하고 깨끗한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약간의 카리스마도 있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약간 과거... 그 다음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것에 대한 복수, 또 그런 심리도 좀 있거든요, 대중들 사이에서는.

▶정관용> 그렇습니다.

▷진중권> 그런데 그것 가지고는 미래로 나아가기 힘든데, 미래에 대해서 나름대로 메시지를 가진 분이 또 안철수 씨라고 봐요. 그런데 안철수 씨 같은 경우에는 약간 정치적인 뭐랄까, 근성이 부족하다고 그럴까나, 그게 좀 약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두 분이 나와서 대결하는 것이든,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서 뛰어주는 것이든, 또는 지지를 표명하는 형식이든 간에 같이 합쳐지는 것을 통해서 양자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굉장히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관용>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길 거다?

▷진중권> 예, 이길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정관용> 자, 총선, 대선 이야기 좀 해봤고요. 최근에 진중권 교수가 또 뭐 항상 어느 상황에서나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만, 특히 최근에는 나꼼수의 인기가 워낙 많다 보니까 나꼼수와의 관계가 또 인구에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자, 나꼼수, 어떻게 보세요?

▷진중권> 지난 번에도 어디에선가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나꼼수의 장점이 둘이 있다면 문제가 하나가 있다, 라고 봅니다. 그럴 때 세 개를 다 가지고 가느냐, 그게 아니라 장점은 장점대로 가지고 가되 이 문제는 고쳐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아마도 저랑 이제 갈등이 시작된 게 곽 교육감 때였을 거예요.

▶정관용> 자, 장점 두 개는 뭐고 문제는 뭡니까?

▷진중권> 장점이 이제 두 개다, 라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는 게 아니라, 크게 보면 두 개인데, 하나는 뭐냐 하면 그러니까 이의 비율이라는 거지요, 비중이라는 거지요. 왜냐하면 이제까지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

▶정관용> 그렇지요.

▷진중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뭐냐 하면 시사가 사실 딱딱하고 보던 사람들만 보던 거였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형식을 창출함으로써 누구나...

▶정관용> 재미있게.

▷진중권> 예, 재미있게, 약간 예능화. 예능과 시사가 결합된 형태를 통해서 새로운 뭐랄까, 시사적인 담론의 장을 열었다는 것들은 매체적 관점에서 굉장히 제가 높게 평가하고. 거기에 대해서 이미 글도 썼고요. 그런데 이제 문제는 뭐냐 하면, 지나친 음모론이라든지, 그 다음 비키니 사건에서 나오는 약간 남성 중심주의라든지. 또 도덕적 기준을 이렇게 깨버리는 것 있잖아요. 특히 곽 교육감 사태 때 제가 굉장히 화가 났었거든요, 사실은. 분노했는데, 무죄 추정 원칙, 그래서 진보진영이 그나마 지금까지 애써 가꿔온 거잖아요. 조직보위 논리를 깨고 뭐 조직과 상관없이 일단 잘못된 건 친다, 라는 이런 거를 그냥 일거에 허물어버렸고. 그 결과가 이번에 공천에 나타난 겁니다. 똑같은 논리거든요, 무죄 추정 원리. 그런데 그게 결국은 우리를 강화했느냐. 아니라는 거지요, 약화시켰잖아요. 전술적으로 당시에는 그게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굉장히 불리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 그 다음에 선관위 같은 경우에는 음모잖아요, 사실. 음모론이 강한데, 우리가 진리를 가지고 싸워도 이기거든요. 왜냐하면 지금 현 정권이 사실적으로 저질러놓은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비리도 많고 실정도 많은데, 왜 굳이 허구를 만들어서 없는 사실까지 비난할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고. 나중에 그게 허구임이 드러났을 때 강용석 씨처럼 된다는 거예요. 이번에 또 특검 해보세요. 까가지고 안 나왔을 경우 어쩌라는 겁니까?

▶정관용> 알겠습니다.

▷진중권> 왜냐하면 나꼼수라는 게 본의든 본의 아니든 간에 무슨 진보진영의 대표선수 비슷하게 지금 각인이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책임감이 있어야 되잖아요, 움직임에.

▶정관용> 앞에 말한 장점 두 가지는 사실은 한 이야기지요.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을 관심 갖게 만들었다는 것은 그 뒤에 나온 연예화라고 하는, 시사의 연예화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이제 관심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연예화 현상에 따라서는 조금 약간은 무슨 좀 도덕적 기준이라든지 또 약간 마초이즘이라든지 이런 건 조금 봐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진중권> 그렇지요.

▶정관용> 이렇게 보는 분들도 있어요.

▷진중권> 그렇지요. 그게 같이 결합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게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뭐랄까,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거거든요. 우리가 사실 뒷담화할 때는, 여기에서는 이렇게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우리도 또 술 먹으러 가면 이야기가 그렇게 되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게 공적 채널을 타고 나와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때는 거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뭐랄까, 선은 좀 있어야 되지 않느냐.

▶정관용> 아, 그런데 그 선을 넘었다?

▷진중권> 그렇지요. 선을 넘었다고 본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뭐냐 하면 이게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막 음모론 비슷하게 펴다가 아, 물론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닙니다만, 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항상 이건 가설에 불과하다, 라는 걸 남겨뒀는데, 최근에는 보면 이분들이 믿는 것 같아요, 그거를. 각하는 그러고도 남을 분입니다, 라고 했을 때는 이게 재미있는 놀이에서 이게 뭐가 되느냐 하면 아주 심각한, 취재를 통해서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정에서든 아니면 보도를 통해서든. 아주 너무 심각한 문제가 되고, 거기에서 실수를 할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지요.

▶정관용> 나꼼수의 미래는 어떻게 보세요?

▷진중권> 이를테면 피크는 분명히 지났지요. 피크는 분명히 지났고, 저는 사실 그렇거든요.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데 나꼼수의 적수는 진중권이 아니라 자기이다. 컨텐츠다. 그러니까 계속 같은 컨텐츠가 반복되고 그랬을 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좀 안정적인 컨텐츠로 가야 되는데, 아마도 자꾸 살리기 위해서는 아마 계속 터뜨려야 될 거예요. 무리를 해서라도. 그럴 위험이 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정관용> 터뜨리다 보면 더 수렁에 빠질까요?

▷진중권> 더 수렁에 빠질 수가 있으니까, 제가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좀 한꺼번에 이렇게 피크가 올랐을 때는 이게 정점이고. 그렇게 영원히 갈 수는 없으니까 아주 차분하게 갈 수 있게끔 그런 새로운 컨텐츠들을 다양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컨텐츠를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하고. 왜냐. 컨텐츠가 떨어져 버리면 들으면 또 같은 이야기이고, 또 같은 이야기이고, 이렇게 되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말씀 도중에 강용석 의원을 잠깐 언급하셨어요.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강용석 의원에게 당신이나 나나 검투사다, 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지요? 검투사세요, 본인이?

▷진중권> 사실상 그렇지요. 아레나에 들어가서 싸우는 것 보고 대중들이 환호하고, 그러다 지면 이제 대중들이 손가락 아래로 해가지고 죽이라고 하는 좀 잔혹함들이 있지요. 그분도 마찬가지고, 뭐 저도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정관용> 그렇게 검투사적으로 사시는 게 좋으세요? 취향에 맞으세요?

▷진중권> 글쎄요, 저는... (웃음) 취향에 맞거나 그런 게 아니라... 글쎄요, 왜 하는지 저도 가끔은 잘 모르겠어요. 내가 굳이 이 짓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이것도 혹시 관성 아닌가, 10년간 하다 보니까. (웃음) 어저께인가 그저께인가, 제가 트위터를 쉬었는데, 잠깐, 바빠서 학교 강의하느라고. 그랬더니 혓바늘이 돋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야, 하루라도 욕을 안 먹는 날은 혓바늘이 돋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웃음) 지금은 뭐냐 하면 쉴러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합니다. 지식인은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해야 된다. 그리고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좀 해야 되지 않느냐. 그 정도의 뭐랄까, 자기 착각이라고 해야 되나요.

▶정관용>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도 가끔씩은 드시지요?

▷진중권> 하지요. 그리고 사실은 이것도... 원래는...

▶정관용> 사실은 시간과 정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잖아요?

▷진중권>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지요. 사실 작업하면서 항상 늘 저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트위터를 열어놓거든요. 그래서 작업하다가 들어가서 또 보고. 그러니까 사실상 24시간 트위터를 하고 있다고 봐도 돼요, 거의. 그리고 대꾸해줘야 되고, 사람들한테.

▶정관용> 10년 되니까 이게 관성인가, 라고 하셨는데, 처음에 어떻게 해서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진중권> 그때도 저는 이제 악마주의에 관한, 미술사에 나타난 악마주의에 관한 글을 써달라고 그러더라고요, 어떤 잡지에서. 그래서 이제 중세부터, 고대부터 중세, 근대까지 악마의 형상에 관한, 그림에 관한 글을 써서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낭만주의 시대 때 악마주의가 뭐냐 하면, 악마를 가치전도가 일어나서 악마가 예술가이고, 천재이고, 이런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맥락에다가 박정희가 바로 그런 낭만적 악마이다, 라는 맥락에다가 제 글을 배치했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저는 굉장히... 미술사에 관한 글을 썼는데...

▶정관용> 의도와 달리?

▷진중권> 의도와 달리 정치적 맥락에서 박정희 찬양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 그걸 반론을 쓰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요.

▶정관용> 아하, 알겠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좀 큰 질문 하나 드리면, 저는 지식인들은 이런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사평론가이시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한다. 그 답변을 해보시면?

▷진중권> 저는 요즘은 이제 미디어 쪽으로 답변을 하거든요. 지금 우리 사회는 굉장히 빨리 농경사회를 통해서 산업사회를 통해서 정보화사회로 진입을 했거든요. 그게 아마 지식기반 사회라는 게 김대중 대통령이 한 말일 거예요. 이제부터는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식을 생산한다, 라는, 그러니까 비물질화된 생산형태를 말씀하셨고. 그 다음에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인터넷 대통령이잖아요, 사실. 그래서 정보화사회로 완전히 진입했는데, 지금 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산업화의 모델을 쓰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도 보면 뭐 대규모 삽질이지요, 사실 건설사업 같은 것들. 이렇게 되고. 과기부를 없애는 걸 보고 제가 경악을 했거든요. 세상에,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그래서 앞으로 다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굉장히 낡은, 교육도 그러니까 그런 산업사회에 맞는, 시키는 대로 하는 인간들, 그 다음에 군대식 규율, 억압, 이런 식으로 지금 사회적 리더십이 형성된 게 가장 큰 문제이잖아요. 이게 시대착오적이거든요. 그래서 다음 정권에서는, 지금 사회가 한 20년 정도 후퇴했는데, 빨리 앞으로 가야 됩니다. 디지털시대는 창의력 경쟁이고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의 경쟁이거든요. 사실 베스트라는 것은 시험 봐 보면 항상 한 명은 나오게 되어 있잖아요, 산술적으로.

▶정관용> 그렇지요.

▷진중권> 하지만 유니크는 없을 수가 있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되는 거고. 아마 안철수 씨에 대한 대중들의 환호도 그런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디지털...

▷진중권> 그렇지요.

▶정관용> 지식정보, 정보화사회로 더 빨리 가자?

▷진중권> 예.

▶정관용> 그게 방향이다, 라는 말씀. 앞으로의 계획은요? 본인의 계획?

▷진중권> 일단은 뭐 대선 때까지는 이걸 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대선 이후에는 이제 트위터도 접어야 되겠지요.

▶정관용> 왜요? 왜 접으시려고 그러세요?

▷진중권> 아니면 접지 않으면 아마도 완전히 딱 해서... 저도 개인적인 야망이 있기 때문에...

▶정관용> 어떤 야망이에요?

▷진중권> 저 학자니까. 사실 모든 학자의 꿈은 그거거든요. 이거 한권 쓰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라는 책 한권 쓰는 것. 설사 그게 500권이 팔리더라도. 500권도 안 팔릴 것 같은데, 그런 책 하나 쓰는 게...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시사문제에 대한 왕성한 활동은 일단 대선까지다?

▷진중권> 예.

▶정관용> 대선 후에는 학문의 세계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진중권> 예,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정권이 바뀐다고 그래서 우리의 상황이 그렇게 크게 달라질 거라고 믿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겪어봤잖아요, 두 개의 정권들을.

▶정관용> 필생에 쓰고 싶은 책은 어떤 주제입니까?

▷진중권> 철학일 겁니다, 아마.

▶정관용> 언어철학?

▷진중권> 언어철학일 수도 있고. 아마도 언어철학이 좀 지났기 때문에, 이제 유행이. 저는 아마도 매체론적 관점에서, 매체철학적 관점에서 존재론이나 인식론이라든지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아요.

▶정관용> 지금 그 준비를 계속 하고 계신?

▷진중권> 예, 계속 하고 있지요, 제가. 사실은 논문을 쓸 수가 없잖아요, 저는. 왜냐하면 학회에 논문을 내면 그 사람들은 원고료를 주는 게 아니라 게재료를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그래서 사실은 지금 제가 연구하는 것들을 칼럼으로 쓰고 있거든요, 쉽게 대중화되어서. 그런데 그거를 바로 이제 논문체로 고쳐 쓰면 되니까.

▶정관용> 나중에 진중권, 하면 뭐로 기억되기를 바라세요?

▷진중권> 그냥 기억이 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정관용> 아니, 이미 기억될 수밖에 없는데.

▷진중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요, 예컨대 제가 막 주장하고 싸우잖아요? 그래서 내 말이 옳은 걸로 드러나잖아요? 그러면 기억하는 게 뭐냐 하면 내가 옳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놈이 얄미웠다는 사실만 기억하거든요. (웃음) 그러니까 차라리 기억 안 하는 게... (웃음)

▶정관용> 조금 덜 얄밉게 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진중권> 글쎄요, 차라리 그냥 조용히 잊혀지는 게...

▶정관용> 일단 논쟁을 하는 한 나는 얄미울 수밖에 없다?

▷진중권> 뭐, 그렇지요. (웃음)

▶정관용> 대선까지는 시사문제에 대해 왕성한 활동을 하시겠다고 했으니까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실 것 같은데요.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또 필생의 작업으로 생각하시는 이 철학 학문에 있어서도 큰 성취 있기를 기대하면서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중권>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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