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여학생을 함께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려대 의대생들이 23일 열린 항소심에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며 원심의 형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상황에 따라 피해자의 상해 여부 등으로 인해 공소장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들에게 최소한 원심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서는 안 된다”며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모(23) 씨와 한모(24) 씨의 변호인은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원심에서 간과했고, 범행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볼 때 2명 이상이 합동해서 범죄를 실행했다는 ‘합동범’의 요건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개인정보를 3년 동안 인터넷에 공개하고 주변 이웃들에게 고지하도록 한 신상정보 공개 명령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다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배모(25) 씨의 변호인은 역시 무죄를 주장하며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술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전과가 없는 학생이라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배씨 측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9일 학교 친구와 후배 등 2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박씨 등은 지난 5월21일 밤과 이튿날 새벽 경기도 가평의 한 민박집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동기생을 함께 성추행하고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성추행 장면의 사진을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6년 동안 동기생으로 지낸 피해자를 함께 성추행하고 사진을 찍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을 주도한 박씨에게는 징역 2년6월을, 한씨 등에게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한편, 재판부는 심리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기각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비공개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