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사진=목포해경 제공)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내일이면 100일이다. 294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고 아직도 10명은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했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서 구해내지 못한 유가족이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나 속이 타들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다됐지만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일요일 오전 긴급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히더니 두 달 만에 다시 총리로 컴백했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의 '악의 축'으로 수사기관의 수배를 받아 쫓기던 유병언 씨는 백골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약속했던 '세월호 특별법'은 조사위원회에 강제조사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세월호 참사'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 (사진=전남CBS 최창민 기자)
▶ 순천 매실 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씨가 아닐 가능성이 있나?
= 경찰과 검찰의 발표를 보면 유병언 씨의 시신이 아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유병언 전 회장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와 유 전 회장의 DNA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의문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유 씨는 검찰의 급습을 피해 5월 25일 순천에서 도주했는데 18일만인 6월 12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된 거의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경찰은 6개월쯤 된 시신 같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날씨나 습도 곤충이나 구더기, 야생동물 등에 의해 훼손이 일어날 경우 부패가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시신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희팔 씨 사건이나 백백교 교주 사건 등이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검찰청은 "변사체가 유 전 회장 본인이며 시신 바꿔치기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유 씨의 사망원인도 의문투성이다. 혼자서 도주하다 사망한 것인지 고령으로 병사한 것인지? 그동안 검찰이 밝혀온대로 도주 조력자가 있었는데 사망한 것인지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 유 씨의 지갑도 안경도 연락할 휴대전화기도 없다는 것도 의문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정밀 감식을 위해 서울로 이송된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뭘 한 것이냐?= 결과적으로는 요란만 떨고 국민들만 현혹시킨 셈이 됐다.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연인원 145만여 명을 동원해서 구원파 신도 주거지와 영농조합, 별장 등과 은신 가능성이 높은 펜션, 모텔 등 20여만 곳을 수색했다. 그러나 결과는 40일 전에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회장으로 확인되면서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특히 지난 21일 유병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 받았다. 이번에는 2개월짜리가 아닌 6개월짜리 영장이었다.
그런데 유병언 씨는 백골이 된 시신으로 나타나면서 검찰이 사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세월호 침몰 수사 결과 발표에서 "유 회장에 대한 추적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공언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남게 됐다.
대검찰청은 새월호 참사 100일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 세월호 사건 수사 실적을 발표했는데 지금까지 139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그동안 세월호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선장과 선원, 안전감독기관 관계자 121명을 입건해 63명을 구속했고,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 수사로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해양안전심판원, 해경 등 관계자 210명을 입건해 76명을 구속했다.
그렇지만 구속된 139명 중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는 보이지 않는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거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1일째인 4월 27일 일요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퇴표명 2달 뒤 다시 총리로 유임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발표 당시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이른바 '유체이탈화법'으로 논란을 빚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변에 물어봐도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취임 때부터 계속된 인사 참사는 여전히 '수첩인사'로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이 담화에서 약속했던 '세월호 특별법'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버티기로 표류위기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많은 국민들이 청해진해운의 성장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 유착이 있었던 것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이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명백히 밝혀내서 그러한 민관유착으로 또 다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를 척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합니다. 거기서 세월호 관련 모든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이 담화는 두 달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유병언 씨가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지목해 수사를 해왔지만 백골시신으로 발견됐으니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
정부도 유병언 씨도 책임을 지지 않기는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100일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행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 그렇다.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와 구조과정의 문제 정부의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진상규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사위원회에 성역 없는 조사권과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월호 유족과 야당의 요구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 특별법의 진상조사위원회는 '민간기구'가 아니라 명백한 '국가기구'다. 이미 여러 차례 특검을 통해 국가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됐다.
민변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사코 민간기구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라면서 "4.16 특별법에 따라 설치되는 특별위원회는 민간기구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설치되는 국가기구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 경찰법에 따른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라고 밝혔다.
민변은 특히 "헌법에 체포 구속 압수 수색을 함에 있어서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누구를 검사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자격규정은 없고, 하위 법률인 검찰청법에 자격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특별법에 조사위원에게 검사의 자격과 지위를 부여하고 기소와 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주장은 오히려 헌법체계를 흔드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도 "청와대는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감사원도 청와대 감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면죄부를 줬다"며 "이런 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은 핵심적이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여당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를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숨기려하거나 뭔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큰 의문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당일 대통령의 행적이다.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받고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최초보고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의 8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여당이 특별법에서 조사권과 수사권을 반대하면 할수록 이런 의문이나 의혹은 점점 커져갈 것이다,
▶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세월호 유족들이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을 요구했나?= 사실이 아니다. 일부 언론이나 일부 단체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입학에 의사자 지정까지 요구한다고 해서 비난하고 있지만 확인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이 요구한 건 진상규명이다. 유족들이 토론을 거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논의해 제출한 특별법안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입학이나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사자' 지정요구는 없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의 세월호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유족들이 낸 특별법에는 '특례입학'도 '의사자 지정'도 분명히 들어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미국에서 9.11 테러의 희생자들을 '히어로'로 불렀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의인'이나 의사상자법 적용대상이 아닌 '의사자' 호칭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특히 "유족들이 요구하는 보상이나 배상문제는 '현행 민법과 국가배상법 기준에 따른다'는 것이 유족들의 특별법안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면서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국회 세월호 T/F 야당측 간사를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도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은 유족들이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확인하면서 '안산지역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방안을 논의하다 단원고 3학년들에 대한 '정원 외 입학'은 시일이 급해서 국회 교문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은 또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진상규명이지만 억울한 희생자들을 잊지 말고 기리자는 차원에서 의사상자법에 따른 '의사자'가 아니라 '국민안전 의인'으로 부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정원 외 입학(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 문제는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특별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서 제시한 의견이라는 얘기다.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 세월호 참사 결국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라는 게 형사적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