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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역갈등, 한-일보다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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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반군의 무력과시가 오인사격 유발


-미사일 발사 주체는 아직 단정하기 일러
-3월 크림반도 병합되면서 분쟁 불거져
-정부측 서부와 친러 측 동부 시각차 커
-반군 자생력 부족, 러 자금 및 무기 조달
-우크라이나 러-EU 잇는 에너지 수송국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7월 18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정호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정관용>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돼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추락했어요.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 사망. 미사일 누가 발사했는지 우크라이나 정부도, 또 친러시아 반군 측도 모두 부인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내에 불거지고 있는 친러시아 반군의 분리·독립 움직임 가운데서 일어난 사고로 일단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 연결하죠.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과에 박정호 교수님.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정호>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정부군도 친러 반군도 일단 다 부인했는데. 교수님께서는 누구 소행이라고 생각하세요, 혹시?

◆ 박정호>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단정적으로 추론해 볼 수는 없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화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우크라이나 사태라 하면 그 크림반도 그것부터죠?

◆ 박정호> 네, 그렇죠.

◇ 정관용> 언제부터였죠, 그게?

◆ 박정호>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것은 3월 21일입니다. 그 이후부터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리자면 3월 27일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분리주의 세력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서 4월 7일과 8일에 분리·독립선언을 하게 되면서 사태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 정관용> 그 전에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진입해서 장악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박정호> 네,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건 또 왜 그렇게 됐었죠?

◆ 박정호>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존의 친러시아 정부가 쿠데타에 의해서 실각했다고 판정하면서 새롭게 들어선 과도정부가 일방적인 유럽 친화정책을 하니까 그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써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게 되었던 것이죠.

◇ 정관용> 그 후에 크림반도 내에서 주민투표가 있었고.

◆ 박정호> 네,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서 아예 그냥 러시아로 우리는 가겠다 해 버렸고. 지금 거기는 반군이 장악을 하고 있는 상태고요.

◆ 박정호> 크림반도는 이미 러시아군대가 들어가 있는 상태기 때문에.

◇ 정관용> 러시아군대와 반군이 함께.

◆ 박정호> 네.

◇ 정관용> 이 근본원인, 배경을 살펴보면 어떤 겁니까? 역사적 배경 같은 걸 좀 정리해 주시면요?

◆ 박정호> 사실은 우크라이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소연방이 붕괴되기 이전까지 단일한 민족국가를 형성해 본 경험이 없었던 국가입니다. 그 동안 우크라이나는 동양과 서양의 강대국으로부터 지배를 받아왔는데. 동부지역의 경우는 약 360년간 1654년 페레야슬라프 조약 이후에 러시아의 식민지배를 받아온 반면에 서부지역은 러시아, 소련으로 투입된 지가 겨우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양 지역의 색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정관용>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인구분포는 어느 정도 됩니까?

◆ 박정호> 동부지역이 훨씬 많죠. 왜냐하면 동부지역은 소련 시절에 러시아가 산업적으로 많은 단지를 만들면서 경제 발전을 동부지역에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에 인구가 서부지역에 비해서 훨씬,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은 편입니다.

◇ 정관용> 그럼 문화적 배경이나 언어, 이런 것도 서로 다른가요?

◆ 박정호> 네, 그렇죠. 왜냐하면 동부지역은 주로 러시아 지배를 360년 받아오면서 일상생활이라든지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러시아 생활권에서 살았던 반면에 서부지역은 동유럽 지역, 특히 폴란드의 지배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특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뭐냐 하면 역사 해석에 의해서도 동부지역은 러시아 쪽에 관점이 가 있는 반면 서부지역은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안 좋아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러시아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그 정도 차이가 있는데 하나의 국가로 있었군요.

◆ 박정호> 네. 그래서 일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두 개 기억의 연합국가, 기억의 국가라고 불러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서로 사용하는 말도 다르고. 참.

◆ 박정호> 네.

◇ 정관용> 소연방 해체된 이후에 우크라이나 정권은 아무래도 인구가 다수인 친러 동부지역 쪽 사람들이 주로 정권을 잡아왔습니까, 어떻습니까?

◆ 박정호> 그렇지는 않습니다. 독립 이후에 동부와 서부가 소련 시절 막판에 경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독립을 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국가가 갖고 있는 성공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였고 소련의 핵심지역인 식량생산기지였습니다. 군사 과학기술도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구나 영토나 여러 가지 자원도 많기 때문에 독립 이후에 자체적인 국가를 꾸려나간다면 소련시대의 어려웠던 경제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독립을 지지했고 또 초창기에는 공산당 출신이지만 전체를 다스릴 수 있는 후보, 친러시아 성향의 후보가 당선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가 왜 친러시아 정부가 무너지게 됐나요? 그리고 또 동서 간에 독립국가로서 하나로 경제부흥을 해 보려고 하다가 왜 이렇게 또 갈등이 심해지게 됐나요?

◆ 박정호>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련의 잔재죠. 소비에트정권이 74년 동안 지배하면서 많은 혜택도 줬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독립 이후에 체제이행과정에서 정치적인 혼란, 경제적인 혼란이 발생하다 보니까 90년대 동안 전보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많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좀 독립국가로 경제부흥을 해보려 했고 만약 경제부흥이 이루어졌다면 그나마 갈등이 없었을 텐데. 경제가 침체되고 피폐화되니까 다시 옛 갈등이 불거졌다, 이 말이군요.

◆ 박정호>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러시아도 공개적으로 지금 동부지역, 특히 크림반도 이건 러시아다. 이렇게 지지하고 있는 거죠?

◆ 박정호> 네. 러시아는 크림반도가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영유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은 ‘고토의 회복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네. 지금 러시아, 친러시아 반군의 배후에는 직접적으로 러시아가 개입하고 있습니까?

◆ 박정호>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우리가 한번 추론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동부지역이 친러시아 색채가 강한 지역이고 또 동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군의 정치적 지향점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해서 러시아로 귀속화됐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고. 두 번째로 반군의 지도자들 출신 성분이 러시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반군을 지휘하고 있고 또 반군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능력, 운영자금이라든지 무기조달능력이 있어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의심들이 커져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럼 쉽게 말해서 무기도 자금도 러시아에서 오고 있다, 이렇게 의심할 수 있다. 이 말인 거죠?

◆ 박정호> 네, 그렇죠. 왜냐하면 반군들이 대선 방해공작도 했고 정부군과 무력대결을 불사할 정도의 군사적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러시아의 개입여부를 관계시킬 수밖에 없다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이런 사태에 대해서 미국이나 또 유럽연합 쪽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박정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존에 새롭게 형성된 정부를 인정하고 동부지역에서 러시아가 반군의 지원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평화적으로 해결되는데 러시아가 기여해라라는 입장을 서방국가들은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러시아는 현재까지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아닙니까?

◆ 박정호> 네.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속 끌고 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우크라이나에 시베리아로부터 가스관이 지나가서 그게 유럽 쪽에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 박정호>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유럽연합도 그냥 막무가내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러시아에 포기하라고 그냥 종용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요?

◆ 박정호> 네, 그렇습니다. 가장 유럽과 러시아 관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연관성은 바로 에너지 자원의 의존성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박정호>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약 전체 수입량의 3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 물량, 즉 유럽 수출량의 50%가 우크라이나를 지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국이라면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수송국이고 유럽은 에너지 수입국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는 굉장히 중요한 유럽 정치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지금까지의 상황은 좀 알게 됐는데 그런데 이것은 유럽 쪽이나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도 아니고 러시아 항공 소속도 아니고 엉뚱하게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란 말이에요?

◆ 박정호>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게 친정부군이든 반정부군이든 말레이시아 항공기는 왜 격추할까요?

◆ 박정호> 저도 뭐, 구체적인 얘기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추론해보자면 정부군이든 지금 반군이든 굉장히 내전상태에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굉장히 갈등이 격화된 상태에서 서로 오인해서. 그게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오인해서 실수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오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를 노렸다, 이렇게 보기에는 정말 너무 터무니없죠?

◆ 박정호> 네. 제가 볼 때는 그것은 의도적으로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 음모설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오인 격추로 일단은 봐야 될 것 같은데 누구 소행인지는 몰라도 참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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