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학생운동단체 소속 대학생과 활동가 등 200여명이 18일 밤 입법원(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에서 서비스 산업분야 시장개방 확대를 골자로 하는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을 놓고 심각한 사회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대하는 대만 학생운동단체 소속 대학생과 활동가 등 200여 명은 18일 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입법원(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입법원 본회의장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것은 대만 헌정사상 처음이다.
학생들은 본회의장 진입 직후 의자와 책상 등 집기로 출입구를 봉쇄했고, 경찰이 수차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해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국가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입법원 밖에 거꾸로 내걸었고, 한 학생은 자해를 시도한 뒤 혈서를 쓰다가 의료기관으로 긴급 후송됐다.
학생들이 점거한 입법원 본회의장 밖에도 수천 명의 학생 등이 모여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장외 시위를 벌였다. 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지지를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집권 국민당이 지난 17일 입법원 상임위에서 야당 소속 의원들과의 몸싸움 속에 일방적으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 절차를 강행하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학생운동단체 소속 대학생 등이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연합뉴스)
학생들은 서비스무역협정이 중국과의 '밀실협상'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전면 재심의를 요구했다.
학생 시위대 대변인인 황위펀(黃郁芬)은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이 직접 상임위의 협정 1차 통과 결정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이곳에 와서 국민의 요구에 대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협정 강행 통과 저지를 위해 입법원 본회의가 예정된 21일까지 점거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1 야당인 민진당과 급진 독립성향의 대만단결연맹 등 야권이 오는 21일 입법원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야당 의원 3명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찰은 총통부와 타이베이 국민당 중앙당사, 입법원 주변 도로 등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대만단결연맹 소속 당원들은 '마잉주 하야' 등이 구호를 외치며 국민당 중앙당사 앞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대만 입법원은 본회의장 점거 농성이 이어지면서 이날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대만 학생 수백명이 타이베이에서 입법원(국회) 본회의장을 점거, 밤샘농성을 벌인 뒤 19일 본회의장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은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제9차 고위급 회담을 열고 2010년 체결된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후속조치로 전자상거래, 금융, 의료, 통신, 여행, 운수, 문화창작 등 서비스 산업분야 시장 상호 개방에 합의했다.
이 협정에서 중국은 대만에 80개 항목, 대만은 중국에 64개 항목의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권은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을 가속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진당은 서비스무역협정이 발효되면 1천여 개 이상 산업과 수백만 명의 대만인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야권과 학생단체 등의 반발이 마잉주 정부의 친중국 정책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오는 11월 동시 지방선거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대(對) 중국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분열상이 격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 분석가들은 이번 시위가 양안 교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마 총통은 이날 오후 국민당 회의에서 서비스무역협정이 이번 입법원 회기 내에 비준될 수 있도록 당원들이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