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심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교사 최모(42)씨는 현재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문제에 대해 아직까진 분명한 입장을 정하진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부에서 근무하며 한 학생으로부터 "저 촉법이라 아무 처벌도 안 받잖아요"라는 말을 직접 들었던 경험을 전했다.
최씨는 또 이른바 'MZ 조폭'들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어차피 너는 촉법이라 처벌을 안 받으니 부탁하는 걸 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며 유인한 경우도 간접적으로 접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며 "촉법소년법이 지향하는 바는 어린 범죄자들을 교화시켜서 사회에 복귀를 시키는 것인데 연령 기준이 낮아지면 너무 어린 나이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서울 강서구 까치산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요즘 어린 학생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참 충격적"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교육이나 교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 같다. 구속될 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가벼우니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닌가"라며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현재보다 낮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촉법소년 제도, 1953년 도입돼 70년 넘게 같은 기준
연합뉴스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대해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는 촉법소년 제도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도입돼 70년 넘게 같은 기준으로 유지됐다. 미성년자의 형사 범죄가 증가하고 이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들도 나타나면서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도 연령 조정을 추진하거나 검토했으나 끝내 실현되진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두 달간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보기에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촉법소년 연령을)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10명 중 연령 하향에 대한 반대 입장은 없었다. 일부는 반대 의견에서 주장하는 우려들에 공감했지만, 그럼에도 찬성 쪽에 더 무게를 뒀다.
우선 7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가 크게 발전했고, 미성년자들의 의식 수준 등도 달라졌다는 데 공감대가 컸다.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한모(36)씨는 "요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져 예전보다 어린 나이부터 성숙도가 다르고 도덕적 의식이나 책임도 더 크고 무겁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학습이나 모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크게 나왔다.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서모(45)씨는 "요즘엔 자신들이 형사 처벌 받지 않는 연령이라는 부분 뿐만 아니라 어느 선까지는 해도 되고, 어느 선까지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공부까지 한다더라"며 얼굴을 찌뿌렸다. 중범죄에 대해선 연령에 관계 없이 큰 상처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무겁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령 기준을 하향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하향하는 방안이다. 시민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게 적당하다고 봤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만난 김모(35)씨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중학교 입학 시점이나 그 언저리를 기준으로 하면 적당하다고 본다. 그 때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책임감의 무게가 달라지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더 큰 폭으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겨우 한 살 정도의 조정으로 실효성이 있겠냐는 견해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학습지 교사로 일했었다는 김모(50)씨는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난폭성을 보이거나 학교폭력 등 범죄에 익숙한 경우가 상당하다"며 경험을 들어 두 살 이상으로 더 크게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교육·교화 시스템 등 함께 마련돼야"
찬성 여론이 큰 상황이지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늘 덧붙여졌다. 어린 나이에 형사 처벌을 받게되면 낙인 효과가 커질 수 있고, 수용 기간 성인 범죄자들에게 동화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등 여러 우려가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고민 등이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 대통령 앞에서 "우리 사회가 소년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을 보여줬는지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며 숙고론을 펴기도 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이러한 지적들에 일리가 있다고 공감했다. 경북궁역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는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고 있지만 미성년자들에 대한 인권과 같은 부분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어떻게 어린 소년들이 범죄에 이르지 않을 수 있을지 더 큰 틀에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곽현서(32)씨는 "연령 기준을 낮추되 중요한 건 이들이 범죄 이후에 정말로 교화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게 함께 이뤄져야 연령 기준을 낮춰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외의 형사처벌 면제 연령 기준은 다양한 상황이다.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은 14세로 우리의 현재 기준과 동일하다. 프랑스는 13세 미만, 캐나다·중국·네덜란드는 12세 미만이다. 선진국 중 이보다 기준이 더 낮은 곳도 있다. 영국과 호주는 10세 미만이고, 주에 따라 기준이 다른 미국에선 7세를 형사 미성년자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곳도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