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자료사진 (윤창원 기자)
대기업의 입법로비가 더욱 대담하고 노골적인 형태로 진행되면서 각종 기업 관련 입법이 번번이 후퇴하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간 불공정 경쟁과 사회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CBS는 재벌기업의 입법로비 실태와 문제점을 3차례로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당 소속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대한 윤리성도 강화하겠다."(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1월14일 기자회견)
"출판기념회의 비용과 수익을 정치자금법에 준하여 선관위에 신고하고 관리감독을 받게 해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민주당 김한길 대표 2월3일 기자회견)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과제'에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편법적 정치자금 모집수단인 출판기념회다. 이 출판기념회의 수익은 지지자들의 십시일반이 전부가 아니라, 재벌들의 '지원'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정설이다.
◈출판기념회 수익원은 재벌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 금지', '행사 중 기부행위 금지' 정도를 빼면 개최 회수나 모금액 등에서 법적 규제가 없다. 책을 누구에게 얼마나 팔든, 책값을 정가로 내든 웃돈을 얹어주든 문제되지 않는다.
1만5000원 안팎인 책값에, 행사 참석자 수천명을 곱한다면 출판기념회 수익은 1억원을 넘기 어렵다. 그러나 행사주최 의원은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수입을 거둔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재벌 대기업이 '관리' 차원에서 돈을 풀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출판기념회는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뿌리기에 가장 좋은 창구다. 기업은 출판기념회에 사람을 보내 현찰 박치기를 한다"며 "특정 상임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열었던 출판기념회 총 수익이 10억원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결산특위·기획재정위·정무위·국토교통위·환경노동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재계 인사들의 참석이 잦다.
일부 의원실은 아예 '책을 팔지 않는' 출판기념회를 하거나, 행사 현장에서 모금함을 치우는 등 자구책을 취한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만 책을 사라는 법은 없다. 우리 회사는 시내 대형서점에서 대량 구매한다"며 "그런 뒤에 회사 윗선에서 의원실에 '책을 샀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행여 의심스럽거나 꼬투리 잡힐 돈이면 돌려보낸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쥐약을 먹겠느냐"(새누리당 관계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익명' 또는 '제3자 명의' 돈봉투에 담겼다면, 반환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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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쪼개기' 위법 정황나아가 재벌이 '후원금 쪼개기' 수법으로 돈을 풀고 있다는 소문도 제법 돌고 있다. 직원·조합원들이 10만원씩 소액후원하는 것처럼 가장해 거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재벌들은 친분 있는 의원에게 '통보'를 할 때가 있다. '○○○의원님, 이번에 몇십명 이름으로 후원금 보냈습니다'라는 내용인데, 실제 확인을 해보면 해당 기업체가 보냈음직한 후원 흔적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연락 뒤 후원금 리스트를 보면 눈에 띄는 이름이 쪼르륵 나타난다"고 전했다.
특히 연말에는 금융업계에서 집중적으로 '쪼개기'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에서 연말에 주로 정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이번에는 A의원을 도와주자'면서 직원들로부터 10만원씩 정치후원금을 할당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쪼개기' 행태가 사실이라면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의 명백한 위반이 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과 노조 등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 처벌된 바 있다.
◈'드러나지 않은' 거래는 없을까대기업체들이 지방에서 실시하고 있는 '1사1촌 사업' 등의 지역후원 사업 역시 로비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3년 전 폭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대기업 정책 동향 및 대응방안'이란 문건에는 "의원 개별면담과 함께 후원금, 출판기념회, 지역구 사업(1사1촌, 보육시설 등) 및 행사 후원, 지역민원 해결 등 추진"이 '입법 저지' 로비 전술로 적시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에서 인사·채용이나 하청에 대한 청탁 등 기업에 제기하는 민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재벌 의존적'인 현실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