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에 점령당한 상영관 '흥행영화'만 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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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영화 고사 위기…최민희 의원, 스크린 규제법 발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해 6월 개봉한 지 20여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말에는 전국 2480여개 스크린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341개 스크린이 이 영화를 상영했다.

인기 배우들의 출연과 탄탄한 스토리가 흥행몰이에 한 몫을 했겠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다 구조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3일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투자·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는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3대 배급사다. 지난 2011년 이들 3대 배급사가 배급한 영화가 전체 영화의 60.1%를 차지할 정도였다.

특히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직접 투자·배급한 영화를 계열사인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하는 방식으로 스크린을 손쉽게 점유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 1974개 스크린 가운데 CGV와 롯데시네마의 스크린은 1334개에 달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만큼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려는 것이 이들의 생리다. 자연스레 스크린 독과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밀려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고사 위기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CJ가 운영하는 복합상영관인 CGV에 가면 똑같은 영화를 여러 스크린에서 일률적으로 상영하는 바람에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며 "의원실에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이달 중으로 발의될 예정이어서 영화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 영화가 스크린 30% 넘지 못하게"…스크린 규제법 발의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특정 상업영화에 대한 스크린 숫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정 영화의 스크린 개수가 복합상영관 1곳당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용산 CGV의 전체 스크린 개수가 10개라면, 3개 스크린 이내로만 특정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중 1개를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지정해 상영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법률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려워 법률로 해야 할지 시행령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배급·상영의 겸업을 금지하고, 스크린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영화산업이 위축될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과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업계측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반대에 부딪쳐 지난 2007년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개정안도 결국 좌초됐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스크린 독과점 해소를 위해 ▲개봉영화에 대해 최소 일주일 상영 보장 ▲스크린 개수 합리적 배정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상영계약서' 준수를 결의했지만, 제대로 이행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자발적 합의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영화산업 환경을 개선하고 콘텐츠의 종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면서 "스크린 수를 제한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 상영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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