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원내대표와 정몽준 의원. 자료사진
국회 내 최다선인 7선의 정몽준 의원과 새누리당의 원내 수장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19일 고성을 지르며 언쟁(言爭)을 벌였다.
표면적으로는 엄중한 시기에 중국으로 떠나는 정 의원을 향한 최 원내대표의 지적이 싸움의 빌미가 됐지만, 각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도부'와 출마에 뜻이 있는 '후보'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원내대표는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본회의가 있는 20일에 여야 의원 40여명이 빠지면 어떡하느냐. 규모를 조정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의원은 "원내대표에 사전 협조를 다 구했고 그때는 아무말 하지 않았느냐. 이미 비행기 표를 다 예약해서 바꿀 수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최 원내대표가 "보고 받은 적이 없다. 나한테 언제 협조를 구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왜 이런 이야기를 언성을 높이며 하느냐"고 지적했고, 최 원내대표는 "저는 소리를 지른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정 의원이 다시 "지금 소리를 지르지 않았느냐"고 하자 최 원내대표는 거듭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이 결국 "그럼 동영상을 틀까"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당 내 '최고 어르신'들의 언쟁은 정 의원의 서울시장 불출마 이야기로 번졌다.
정 의원은 최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백지신탁 문제로 서울시장 출마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꺼내며 최 원내대표에 항의했다.
정 의원은 "최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사석에서 '모 중소기업 사장이 백지신탁 문제로 자치단체장에 못나갔다, 나(정 의원)도 못 나갈 것 같다'고 하지 않았냐"며 "내가 7선이다. 그 정도도 모르겠느냐"고 따졌다.
최 원내대표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며 반박하자, 정 의원은 "나 같았으면 기자들이 그런 문제를 물어보더라도 '그건 특정 의원의 이야기이니 그 의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을 것"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의원은 지난 주에도 최 원내대표에게 찾아가 친박계 지원설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대인답지 못했다"면서도 "원내대표 입장에서 할 말 이었고, 정 의원 입장에선 국익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에 긍정적인 정 의원이 친박 주류에서 '김황식 전 총리 지원설'을 계속 유포하고 있는데 대해 항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박계 수장격인 7선의 정 의원이 친박 주류가 중심이 된 지도부와 '각 세우기'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