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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한 '국회 특별위원회'…하는 일 없이 '혈세만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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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위활동비=영국의 3배, 캐나다·일본의 8배, 미국은 활동비 없어

정치·사회현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때마다 설치되는 국회 특별위원회가 하는 일 없이 혈세만 축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특위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생겨난 특위는 1년이 가도 회의 한 두 차례가 하는 일의 전부지만 연 6천만원에 가까운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그나마 법적근거도 없고 국회사무처는 비난여론을 의식해 공개도 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국회 특위는 '돈먹는 하마'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 회의 1~2번에, 수 천만원 받는 특위 '수두룩'

지난 2011년에 열린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회의.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또 국회 특위를 4개 추가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대 현재 활동 중인 특위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등 4개다.

19대 들어 비상설 특위만 21개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여야는 지방자치발전 특별위원회와 창조경제 활성화 특별위원회, 지속가능 발전 특별위원회 등 4개 특위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조만간 특위는 25개로 불어날 전망이다.

특위는 이렇게 많지만, 활동과 실적은 저조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결과, 남북관계특위와 민간인불법사찰조사특위의 경우 특위 구성 후 단 한 차례 회의만 있었다.

국회쇄신특위와 학교폭력대책특위 등 대다수의 특위는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한 것이 유일한 안건이었다. 즉, 특위를 구성만 하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성과나 실적이 없는데도 한 특위 당 수 천만 원씩 활동비가 책정돼 있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사회가 정보공개 청구한 '19대 국회 특별위원회 예산 현황'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특위는 2477만 4000원, 남북관계특위 2593만 6000원, 국제경기지원특위도 2883만 9000원을 6개월간 활동비로 책정 받았다.

학교폭력대책특위는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한 첫 회의와 교육부 등 관련기관 업무보고를 받은 2차 회의만 하고도 2천 여만을 넘게 받은 셈이다.

성과가 없는데도 똑같은 이름의 특위를 연달아 만들어 놓고 활동비만 가져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012년 5월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만들어진 남북관계특위는 같은 해 12월 활동이 종료됐는데, 그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난해 또 다시 남북관계발전특위라는 이름으로 다시 특위 구성안을 가결했다. 위원장만 바뀐 이 특위는 이후에도 단 한 차례의 회의만 열었을 뿐이다.

 

◈ 돈도 받고 위원장도 하고, '특위 위원장'은 꿩먹고 알먹기

국회 사무처는 2012년도 '국회 세출 예산집행 지침'에 따라 특위 위원회 활동비를 지급하며 각 위원장에게 매월 정액으로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무처는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급하는지는 공식적으로 비공개라고 말했다.

국회의 예산자료에도 나타나지 않는 상태다.

회의 한 번 열지 못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한 달 활동비 6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반납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해 특위 위원장에게 매달 600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하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의원실들도 계좌이체가 아니고 현금봉투로만 준다고 말할 뿐, 구체적 금액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특위를 만드는 것은 보여주기식의 전형"이라면서 "돈도 받고 티도 나고 '꿩먹고 알먹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중진은 돈 들어갈 곳이 많다. 특위를 만들어서 위원장 자리를 하나씩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라고 비판했다.

◈ 특위 위원장 활동비 법적 근거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위원장들에게 이러한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국회법 44조에 따르면 특별위원회의 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지원'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의원 보수 등을 규정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도 특위 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하다. 미국의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은 별도의 수당을 받지 않고, 영국이나 호주도 우리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

영국의 상임위원장은 본봉의 22.2%를, 캐나다 의회의 위원장은 본봉의 7.05%를, 호주의 합동위원회 위원장은 본봉의 16%를 더 받는다. 미국은 헌법과 윤리개혁법, 영국은 의회윤리법, 캐나다는 의회법, 호주는 보수 및 수당법에 상임위 위원장과 특위 위원장의 추가 급여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 상임위원장과 특위위원장은 본봉의 60~79% 가까이 추가 급여를 받고 있다. 추가 급여의 규모가 영국에 비해 약 3배, 일본과 캐나다의 8배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을 활용해 국회는 별 활동도 없는 특위를 매년 6~7개를 구성해 위원장직 부여, 활동비 지급 등으로 다선 의원들을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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