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해마다 명절을 쇠고 나면 제일 붐비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법원입니다. 가정법원이요.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직후 이혼이 평소보다 약 12%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가장 화목하고 풍성해야 할 명절이 왜 어떤 부부들에게는 지옥인 건지, 알아야 피하겠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실 사례들을 직접 들어 보겠습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의 김숙기 원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통계를 보면, ‘명절 전달보다 명절이 낀 그 달의 이혼률이 12%가 뛴다.’ 이건데요?
◆ 김숙기> 그렇죠. 지난해에도 추석이 끝나자마자 이혼 건수를 조사해 보니까 한 800건 정도가 늘었다고 해요. 그래서 오죽하면 ‘멍절’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 김현정> 왜 멍절인가요?
◆ 김숙기> 멍들었다 해서 ‘멍절’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찾아오는 부부들의 주 연령대는 어떻게 됩니까?
◆ 김숙기>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보통 30, 40대가 많습니다. 사실 명절은 가족 간에 잠재되어 있던 관계의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시기이기 때문에 부부사이의 작은 문제뿐 아니라, 모든 게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입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그동안 응축됐던 것들이 명절을 계기로 폭발하는 거군요. 대체로 폭발하는 주된 이유들은 뭔가요?
◆ 김숙기> 굉장히 많겠지만 그 중에는 과도한 가사노동도 있고, 돈 지출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또 귀성길에서 교통체증으로 인해서 감정이 폭발되는 경우도 있고. 또 거기에다 고부갈등이 있고, 처가갈등이 있고, 또 동서갈등까지 있고. 여러 가지가 사실은 다 누적되어 있고, 예민한 시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자료사진)
◇ 김현정> 어제 마침 인재근 의원이 조사, 발표한 내용을 보니까 ‘명절의 가사노동은 여성이 95%를 도맡아서 한다. 남성보다 평균 19배 많이 한다.’ 아니, 2~3배까지는 이해하겠는데, 19배라는 소리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웃음)
◆ 김숙기> (웃음) 지금까지는 ‘뭐, 한 60% 정도 한다.’ 이랬는데. 이제는 많은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굉장히, 또 많이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게 가사노동뿐이겠습니까? 이런 육체적인 노동에 대해서 많은 여성들이 뭐라고 얘기를 하냐 하면, ‘육체적인 노동은 내가 힘들어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정서적인 것, 마음, 그리고 정신적인 이런 고통과 노동이 더 힘들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 김현정> 구체적인 상담 사례가 있으면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 김숙기> 보통 명절 직후 가족 간에 고부갈등이 있는 경우에, 실질적으로 부모님하고의 어떤 관계에서 남편이 전혀 나 몰라라 한다든지. 그리고 모든 것, 그러니까 아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명절 때만 뭔가 효자가 되려고 하는 것. 그리고 효부를 뭔가 자꾸 강요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대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심지어는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이런 사례들도 굉장히 사실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고향 갔다 오는, 시댁 갔다 오는 길에 차에서 뛰어내린 며느리도 있어요?
◆ 김숙기> 네. 고속도로에서. 그래서 상담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남편들은 또 뭐라고 얘기하시냐 하면 ‘아내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괴롭다.’ 그래요. ‘당신 집안사람들은 다 왜 그래. 내가 당신 집안의 종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이래서 ‘안다.’고 얘기를 하면 ‘아는 사람이 왜 그래.’ 계속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웃음)
◇ 김현정> (웃음) ‘당신 마음 다 알아.’ 이렇게 남편이 얘기하면, 부인은 ‘알면서 왜 그래.’ 이러면서 싸움이 더 불거지는 거군요?
◆ 김숙기> 그렇죠.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 보면 ‘관점이 조금 다르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내들은 거의 다 시댁 문제를 가지고 있었을 때, ‘남편이 나를 좀 이해했으면, 내 입장에서 조금 태도를 보였으면...’ 이것을 가장 기대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 남편들은 못마땅한, 그러니까 부부갈등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아내가 며느리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못하고, 조금 더 살갑게 도리를 하지 못한다.’ 라는 생각에 머무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두 부부가 이렇게 있으면 문제의 관점 자체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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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항상 남자와 여자의 관점차이가 다르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게 명절이 되면 극대화 되는군요?
◆ 김숙기> 그렇죠.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고부갈등, 동서갈등은 우리가 흔히 아는 거지만. 요즘은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 장서갈등으로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 김숙기> 네. 그렇습니다. 과거보다는 아무래도 딸 부부에 대한 장모의 개입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이 어떤 부부 이혼의 촉진제로 작용을 하고, 이 장모님이 나서서 또 이혼하라고 부추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다, 이런 얘기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사위를 사랑하는 건 내 딸을 위해서지, ‘내 딸에게 잘해줘라’ 라는 의미에서 이제 사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형제도 많았고 우선순위가 아무래도 아들한테 갔기 때문에 그랬지만, 이제는 외동딸도 많고. 그리고 딸에 대한 기대심리도 굉장히 높아집니다. 그래서 추석 때도 시댁에서 아침 먹고 차례 지내고, 점심때는 부랴부랴 친정으로 가는 분위기가 요즘은 많죠. 그러다 보니까 시댁에서 아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친정에서 남편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 김현정> 고부갈등의 똑같은 양상이 장서갈등으로 벌어지는 거군요?
◆ 김숙기> 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장모님이 사위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든지, 딸하고 사위하고의 어떤 부부 갈등상황이 있었을 때, 장모가 나서서 부부싸움을 대신해 준다든지. ‘내 딸이 얼마나 힘든지 자네가 모르나?’ 이러면서 언성도 내고, 이런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 김현정> 내일부터 연휴예요. 명절 시작하기 전에 짧게 ‘이것만은 명심하고 고향으로 가라’ 해법을 주신다면 뭘까요?
◆ 김숙기> 저는 사전계획을 꼭 대화로 먼저 하셔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몇 시에는 어디에서 이렇게 하고, 어디로 이동을 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부부가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 김현정> 미리 스케줄을 짜라.
◆ 김숙기> 그래서 미리 예상을 하고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예상되지 않았을 때 더 서운함이 있고, 화가 나고 이런 거거든요. 그리고 이제 제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는 역할분담을 좀 분명하게 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쉰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된다.
그리고 우리가 명절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꼭 해야 되는 얘기가 있어요. ‘여보, 고생 많았지. 많이 힘들었지. 고마워.’ 이 이야기를 먼저 좀 해달라는 것을 꼭 당부하고 싶어요.
◇ 김현정> 그러면 또 ‘고생하는 거 아는 사람이 왜 그래?’ 이러면서 싸우진 않을까요? (웃음)
◆ 김숙기> (웃음) 아니죠. 이런 이야기를 안 했을 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거지, ‘이 사람이 내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힘들었는지를 알고 있구나.’ 그러면 이 말 한마디에 사실은 굉장히 마음을 따뜻하게 녹아내리게 할 수 있는 장치가 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진정성을 담아서 진심으로 하라는 말씀이군요.
◆ 김숙기> 칭찬과 감사의 표현은 명절증후군의 특효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오늘은 여기까지 들어야겠네요. 이번 명절은 정말 세심한 배려와 양보, 따뜻한 말 한마디 잊지 말고 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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