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가락 대로 끝나야 할 텐데...'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LG는 3일 SK전 역전패 등 최근 삼성을 끌어내리고 1위로 오를 기회가 여러 차례 무산됐다. 19년 만의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자료사진=LG 트윈스)
LG의 정규리그 1위 재도약이 쉽지 않다. 지난달 8월 20일 '1일 천하' 이후 수 차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종내 삼성을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3일에도 1위 탈환의 호기를 맞았지만 9회 역전을 허용하며 기회를 날렸다. 3-2로 앞선 9회초 SK 대타 안치용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경기를 내줬다. 하필 마무리 봉중근이 근육통으로 등판 시기를 미룬 게 결과적으로 패배로 이어지면서 1위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정규리그 1위는 LG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1994년 이후 첫 시즌 1위인 데다 역시 당시 이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한 마디로 KS 직행을 해야 정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단 통계가 말해준다. 단일 시즌 도입 이후 역대 KS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은 22번 중 19번이나 우승했다. 86.4%의 확률이다. KS 정상의 지름길인 셈이다. LG가 우승했던 1990년과 94년 모두 정규리그 1위였다. 또 1997년과 2002년 준우승 때는 각각 정규리그 2위와 4위였다.
여기에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LG의 우승을 위한 정규리그 1위의 필연성은 더 커진다. LG의 선두 경쟁자는 다른 팀이 아니라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이다. 올해 후반기 다소 처졌지만 만약 올해도 KS에 직행하면 3년 연속 우승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그동안 축적된 가을야구 DNA에 체력까지 비축해 우승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
▲2위 LG, 난적 두산 or 천적 넥센 넘어야LG가 2위를 하게 되면 플레이오프(PO)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4위가 예상되는 두산과 넥센 모두 PO 상대로 만만치 않다. 올해 두산과 7승6패 박빙이고, 넥센에는 10승5패 열세였다. 누가 준PO 승자가 되든 혈전을 치러야 한다.
물론 2위도 우승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무산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한 LG로서는 PO를 치르면서 감각을 키워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역대 2위 우승은 단일 시즌이 시작된 1989년 해태(현 KIA) 단 1번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감각보다 체력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대로 LG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면 PO의 과정을 삼성이 겪게 된다. 삼성 역시 두산과 7승7패, 넥센에 5승8패1무로 박빙과 열세다. 풍부한 경험과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고 하지만 삼성도 KS에 오르려면 타격이 적잖을 수밖에 없다. LG로서는 얼마간이라도 지친 상대와 맞붙게 된다. 1위의 프리미엄이다.
정규리그 1위와 KS 우승을 위한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맞은 LG. 2002년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소외됐던 LG이고 보면 가을야구 대비 유광점퍼가 매진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해처럼 모든 조건이 갖춰진 시즌은 한 동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연 LG가 근 20년 만에 찾아온 호기를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