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앞두고 미군이 불필요한 무기와 물자를 대대적으로 폐기하고 있다.
20일(한국시각)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1억 7천만 파운드(9억톤 상당)의 무기와 전쟁물자를 고철로 폐기했다.
이같은 규모는 아프간에 공급된 미군 무기와 물자의 20%에 달하며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70억달러(한화 7조 7천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사상 유래가 없는 폐기규모라고 WP는 전했다.
폐기된 무기들은 1파운드에 수 센트씩 고철로 팔려나가 건축자재나 부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폐기의 주요대상은 아프간 산악지형을 누비며 도로 폭발물로부터 미군을 보호했던 병력수송용 장갑차량이다. 지뢰와 매복피해를 막을 수 있어 'MRAP'로 불리는 이 차량은 대당 가격이 1백만 달러(한화 11억원 상당)를 호가한다. 전세계적으로 2만 5,500대가 배치됐으나 1만 2,300여대는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아프간에는 1만 1천대 중 2천여대가 고철신세가 된다.
이처럼 고가의 무기들이 미국으로 회수되지 않고 고철로 버려지는 것은 회수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아프간이나 다른 나라에 넘겨주기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회수비용만 보자면 아프간에 전개됐던 무기와 물자 가운데 170억 달러 어치가 미국으로 회수되는데 그 비용이 20~30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회수된 무기와 물자를 수리하는데도 80~90억 달러가 든다. 회수와 수리 비용이 회수물자 가치의 절반을 넘게 된다. 가뜩이나 예산까지 줄어든 국방당국으로서는 무기회수가 비용측면에서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아프간 군에게 물자를 넘겨주기에도 환경이 열악하다. 어느 정도 국방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물자를 운용할 수 있는 연료도 풍부하고 기술자들도 꽤 있었던 이라크와 달리 아프간은 이같은 인프라가 매우 부실하다. 물자를 넘겨줘도 '고철'이나 마찬가지인 셈.
제3국에 팔거나 넘겨주려 해도 아프간으로 직접 와서 물자를 가져가야해 미군의 유일한 대안은 '폐기'라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