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발달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아영(가명, 27)씨는 매달 월경 기간 포함 열흘가량을 피부 염증에 시달린다. 성분이 순하고 좋은 생리대를 쓰고 싶지만,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생리대 교체가 잦은 장애여성 특성상 생리대 가격이 더 비싸게 느껴져서다.
그래서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베이비 파우더. 그는 "비싼 생리대는 못 쓰니까 베이비 파우더를 써요. 열흘 정도를 피부가 습진처럼 올라와서 고생하는데 베이비 파우더로 잠시 진정시키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싼 국내 생리대 가격을 직격하면서 여성의 '월경권'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월 1만 4천 원의 바우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생리대 무상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장애여성의 월경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가족부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취약계층 9~24세 여성 청소년에게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장애여성과 바우처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장애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없다.
비장애인보다 더 자주, 많이 필요해…"월급 10% 월경용품에 사용"
아영씨가 발달장애인 지인들 사이에서 후기가 좋아 새로 구매해 보았다는 생리대, 그리고 월경통이 심해 처방 받았지만 비싸서 아껴 먹고 있다는 약. 김아영씨 제공김아영씨는 "월경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생리대를 살 때 우선순위는 항상 최저가"라며 "입는(팬티형) 생리대가 좋다고 하는데 비싸서 일반 생리대 두 개를 겹쳐서 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 여성은 생리대를 1~2시간마다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장애 여성의 경우 평균 3~4시간에 1번 교체하는 데 비해 잦은 편이다.
교체 주기가 잦은 이유는 장애에 따라 다양하지만, 발달 장애의 경우 생리대를 교체해야 하는 때를 모르거나 감각이 예민하다는 이유 등이 있다. 그래서 장애 여성에게는 팬티형 생리대가 필요한데 일반 생리대보다 4배가량 비싸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 생리대 중에서도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 자주 교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인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아영씨는 1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한 달 월급의 10%를 월경용품 지출에 사용한다. 그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생리대를 산다.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월세도 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니, 생리대를 사려면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생리대뿐만이 아니다. 월경 기간마다 찾아오는 월경통을 완화할 약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영씨는 "생리통이 심해서 약을 처방 받아서 먹는데 20알에 만 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그래서 아영씨는 월경통이 찾아올 때면 속으로 1부터 10의 숫자를 떠올린 뒤 통증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다고 한다. 6이 넘지 않으면 참는다. 비용을 아끼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다.
"월경 내내 긴장 놓을 수 없어…모든 여성 편하게 월경하도록"
연합뉴스성평등가족부의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현재 9~24세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하며, 월 지원 단가 1만 4천 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9~24세 여성인구 가운데 법적 취약계층 인정이 가능한 5%만을 지원 대상으로 해 지원이 일부에만 그치는 상황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노동·장애·여성단체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장애여성의 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월경할 수 있도록, 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장애여성 생리대 지원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회장은 "장애 여성은 신체적·인지적 장애로 인해 스스로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기 어렵고, 위생과 건강 문제 때문에 비장애 여성보다 훨씬 더 자주 생리대를 갈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관리가 늦어져도 바로 피부 트러블이나 염증,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당사자와 보호자는 월경 기간 내내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 1만 4천 원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고, 결국 많은 가정이 건강을 우선할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장애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실질적인 생리대 지원 정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사단법인 희망씨 김은선 상임이사는 "발달장애여성의 경우는 감각적으로 민감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양의 생리대가 필요하다. 시각장애여성의 경우는 제품명, 사이즈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부 민간기업에서 시각장애인 전용 점자 생리대를 시범적으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며 "여성의 월경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모든 여성에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월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