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100조' 태운 대선 공약…산업 대변화 or 선언 그칠까
▶ 글 싣는 순서 ①너도나도 AI 앞세우는 대선…'부총리급 AI부' 신설될까
②AI에 '100조' 태운 대선 공약…산업 대변화 or 선언 그칠까
(계속)
6·3 대선 후보들이 쏟아낸 인공지능(AI) 관련 공약에서는 공통적으로 AI 강국을 목표로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세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단기적인 AI 먹거리 마련에 방점을 찍었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후보들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세부적인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져 엉뚱한 지원책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0조 AI' 한 마음…李"인공지능 대전환", 金 "인재 양성"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 가운데서 AI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각 후보들은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삼고,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양당 후보의 뜻이 모아진 곳은 AI 투자다. 두 후보 모두 투자 규모를 10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간 투자 100조 원 시대를 개막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펀드 100조 원 조성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후보의 공약은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과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 개 이상 확보해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세부 이행 정책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전 국민에 보급할 수 있는 AI인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AI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AI 청년 인재 20만 명을 양성하고, AI 유니콘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세부 이행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AI 산업의 필수인프라가 될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원전(SMR)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새롭게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큰 틀에서는 과학기술인 예우와 연구환경 조성을 언급했지만, AI와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AI 관심에 '환영'하지만 "선언적으로 보여"
업계와 학계는 대선 후보들이 AI에 관심이 쏟는 데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100조 원이라는 액수의 투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정치권이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AI 분야에서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가 마중물을 제공해 국방을 비롯해 전방위적인 산업에 AI를 접목시켜 당장의 경제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실용주의와 연결돼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 대전환을 언급하면서 신산업을 발굴하겠다는 창조·파괴적인 공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 후보의 AI 공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위한 내력 쌓기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산업의 기초가 되는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그 예다. 특히 미래 AI의 문제로 부상하는 '전력난' 해결을 위해 원자력 기술을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는 평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김 후보의 경우 가보지 않은 길인 AI와 에너지를 엮은 게 인상적"이라면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AI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의 투자액이 엉뚱한 곳에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선언적인 부분만 있고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잘 파악이 안 된다"며 "우리나라가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전략으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IT(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이 했던 것처럼 정부 시작과 동시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받아 AI 액션플랜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야 한다"며 "100조 원이라는 자금을 만들어 놓고 엉뚱한 데 투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