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사건 주고받기가 2년여 만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법조계에선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래된 입법 미비를 원인으로 꼽는다.
올해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롭게 출범하는 가운데, 후속 입법 과정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023년 11월 감사원 고위공무원이었던 A씨에 대한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가 가능하다.
A씨처럼 직접 기소가 불가능한 대상은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중앙지검에 사건을 보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핑퐁'은 이 법 조항에서 비롯됐다.
| 공수처법 |
제26조 1항 : 수사처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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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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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조의5 :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제197조의2 : ① 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1.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
이 법은 공수처가 검찰로 사건을 보내는 절차를 '송부'로 명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경찰 등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찰로 보내는 '송치'와는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첫 논란은 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던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수처는 조 전 교육감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로 사건을 송부하면서 기소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대로는 기소할 수 없다면서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건을 돌려받지 않았다.
경찰처럼 사건을 송치한 게 아닌 대등한 수사기관으로서 송부한 것이므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공수처 논리였다. 반면 검찰은 기존 형사사법체계와 입법 연혁 등을 고려했을 때 송부와 송치는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수처가 끝내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하자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공수처와 달리 적용 혐의와 범죄 사실을 상당 부분 수정한 뒤 조 전 교육감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조 전 교육감 등 피고인 측이 이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연합뉴스그런데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열흘의 구속기한이 만료되기 전 사건을 검찰로 송부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보강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는 불가능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구속기한 연장을 불허했다.
| 공수처법 제26조 2항 |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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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문 |
공수처가 수사권만 가지는 고위공직자범죄등에 대하여 공수처검사가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제26조 제1항), 그에 대하여 공소권을 가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공수처검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이나 재수사요청권 등과 같은 통제권한을 별도로 부여하고 있지 않고 (중략)
위와 같은 입법 목적,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권을 가지는 공수처로부터 기록을 송부 받은 검사는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이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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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제26조 2항은 '사건을 송부받은 검사가 공수처에 기소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서 '신속하게'라는 표현을 '검사가 보완수사 없이 곧바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법원 설명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부도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에게 공수처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이나 재수사 요청권 등과 같은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공수처로부터 기록을 송부받은 검사는 추가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건을 송부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같은 이유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입법 미비가 부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처리 절차를 상세하게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어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중수청 출범 이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중수청법을 살펴보면 중수청 수사관의 지위는 불분명하다. 중대 범죄를 수사할 권한은 없지만 직접 기소는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처럼 사법경찰관으로 분류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향후 마련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중요할 전망이다. 중수청이 수사를 종결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 검찰에 보낼 것인지,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인정할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을 견제한다는 목적으로 중수청과의 관계 설정을 불분명하게 한다면 이번 사건처럼 핑퐁 끝에 결국 불기소되는 사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