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사진.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사장인데 지금 매장에 없어서요. 일단 경찰이 가서 CCTV 좀 확인해 주세요"지난달 31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무인점포. 이날 접수된 112 신고 내용에 따르면, 점주는 집에서 매장 상황을 확인한 뒤 경찰을 사실상 '원격 호출'했다.
경찰은 현장에 신고자가 없으면 CCTV를 확인 등 후속 조치가 불가해 출동이 어렵다고 재신고를 안내했지만, 점주는 이후 정식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
무인점포 절도가 폭증하면서 공적 자원인 경찰력이 '사설 보안 서비스'처럼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절도 피해액보다 수십 배 많은 혈세가 투입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평택경찰서는 지난 1일 관내 무인점포에서 4900원 상당의 빵 3개를 훔친 중국 국적 피의자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가 진술을 거부하면서 즉결심판 처분을 내리지 못했고, 정식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은 빵값의 약 14.5배인 7만 1천원이었다. 경찰청 및 법무부 훈령에 따라 외국인 수사에 필요한 통역비는 시간당 4만 원이며, 통역사 일비·교통비에 해당하는 3만 1천원도 국비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단 1시간의 조사만 진행해도 피해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행정 비용이 증발한 셈이다.
이처럼 비긴급 신고가 실제 긴급 상황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부천오정서 관할의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1만 8천원 상당의 절도 사건은 C2(비긴급 출동) 코드로 접수돼 순찰차가 현장으로 향했다.
무인점포 절도 신고는 대부분 112 신고 시스템상 C2·C3(현장 확인)으로 분류된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긴급 상황인 C0·C1은 아니지만, 현장 조치가 필요해 순찰차가 의무적으로 출동해야 하는 코드다.
경기남부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112 신고 건수는 2023년 393만여 건에서 2025년 332만여 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무인점포 신고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C3 신고만 같은 기간 23만 1522건에서 25만 4137건으로 유일하게 늘었다. 전체 신고가 줄어드는 와중에 C3만 증가한 것이다.
이에 현장 경찰들의 치안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천 원짜리 절도든 백만 원짜리 절도든 작성해야 하는 수사 서류는 똑같다"며 "소액 사건 하나에 형사팀 전체가 반나절을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무인점포 보안 요원인지 국가 공무원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 자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514건이었던 무인점포 절도는 2025년 추정치 1만 1015건으로 5년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권칠승 의원은 "무인점포 절도 등 생활 밀착형 범죄가 폭증하는 현실에서 경찰의 기민한 조직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역 밀착형 자치경찰과 수사 중심의 국가경찰 사무를 명확히 분리해, 지역 사정에 밝은 자치경찰이 동네 치안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점주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안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는 "보안 시스템을 '투자'가 아닌 영업의 '기본 요건'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방범 투자 없이는 영업이 어렵게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석대학교 경찰범죄수사학과 이건수 교수는 "모든 소액 사건을 정식 수사로 처리하는 현 구조는 명백한 비효율"이라며 "즉결심판 절차를 강화해 민·형사 책임을 신속하게 묻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범죄 예방과 경찰 업무 경감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