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총사령관. 사진 연합뉴스파키스탄을 전격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종전 카드'를 들고 중재역인 파키스탄 수뇌부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란 측의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서아시아 정세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미-이란 협상의 '키맨'으로 불리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총사령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라그치 장관은 종전과 관련한 이란의 관점과 핵심 고려사항을 전달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 측 소식통을 인용해 "아라그치 장관이 파키스탄 관리들에게 미국의 요구에 대한 유보적 입장과 함께 이란 측의 협상 요구사항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압박에 무조건 응하기보다 자신들이 정한 허용 범위 안에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파키스탄은 적극적인 중재 의지를 드러냈다. 무니르 총사령관은 아라그치 장관에게 "파키스탄을 신뢰하는 이란에 감사한다"며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중재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어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 등 파키스탄 외교·안보 사령탑을 잇달아 만나 전방위적인 압박과 설득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심야 급거 방문을 두고 '제2차 미-이란 협상'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이란 측은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중재자를 통한 간접 협상 형식을 유지하며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파키스탄 일정을 마친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과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종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