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스웨덴에 일격…캐나다 잠수함전 교훈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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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수주 아쉽게 불발

독일 등 강호 제친 의외의 결과…아직 '미완성 잠수함' 우려 시선도
산업투자와 갭필러 등 절충교역 유효…현지언론 "경제이익도 고려"
정부, 9월에 중고잠수함 제공 질의 받고도 뒤늦게 '무상양도' 의향
60조원 캐나다 사업 총력전 필요…잠수함 강국 독일, 발빠른 대응

지난 4일 우리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안무함이 2025 사일런트 샤크 훈련 참가를 위해 진해군항에서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지난 4일 우리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안무함이 2025 사일런트 샤크 훈련 참가를 위해 진해군항에서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최대 20조원 규모의 폴란드 잠수함 도입 사업(오르카 프로젝트) 수주가 아쉽게 불발되면서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큰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폴란드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신형 잠수함 3척을 공급하는 사업자로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 코쿰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브는 2030년까지 1번함을 인도하기로 했다. 
 
이번 수주전에는 사브 외에 한국 한화오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이탈리아 핀칸티레이,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등 모두 6개 사가 참여했다. 
 

독일 등 강호 제친 의외의 결과…아직 '미완성 잠수함' 우려 시선도

한화오션은 유일한 비(非)유럽 회사에다 비교적 후발주자여서 승산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스웨덴 업체 선정은 꽤 의외의 결과로 여겨진다. 
 
오랜 중립국가였던 스웨덴은 불과 5척의 중형 재래식 디젤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덴마크, 싱가포르에 대한 잠수함 수출 실적은 있지만 독일, 프랑스 등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사브의 수주 성공은 폴란드 측 요구 조건에 최적화된 잠수함과 다소 파격적인 절충교역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외신과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사브가 제안한 'A26 블레킹에'(Blekinge)급 잠수함은 발트해의 얕고 복잡한 해역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음과 장기 잠항이 장점으로 홍보되고 있고 배수량은 2천t급이다. 
 
스웨덴 사브 A26 잠수함 일러스트. 연합뉴스스웨덴 사브 A26 잠수함 일러스트. 연합뉴스
한화오션이 제안한 3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가 현존 최고의 재래식 잠수함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양자 간 성능·제원의 차이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블레킹에급이 아직 1대도 만들어지지 않은 미완성 잠수함인데다, 스웨덴 내에서도 건조 지연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현지 언론보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산업투자와 갭필러 등 절충교역 유효…현지언론 "경제이익도 고려"

승패의 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절충교역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폴란드 산업에 대한 추가 투자, 폴란드산 선박 및 무기 구입, 스웨덴 중고 잠수함을 미리 제공해 전력공백을 줄이는 '갭 필러' 등이 포함됐다. 
 
폴란드 언론은 "잠수함 구매에 있어서는 군사적 필요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 이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재정 당국도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점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는 현재 구소련제 낡은 잠수함 1척만을 운용하고 있다. 안보환경 변화로 잠수함 증강이 필요하지만 자금난 등의 이유로 여의치 않았기에 부대조건을 최대한 얻어내려 한 것이다.
 
물론 한화오션도 현지 투자를 꾸준히 늘려오는 한편, 정부 당국도 곧 퇴역하는 장보고-Ⅰ(1200t급) 무상 양도 의사를 밝히며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스웨덴 수준에는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잠수함의) 성능적 측면보다는 같은 유럽국가라는 특수성과 투자 등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결국 승자는 폴란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9월말 중고잠수함 제공 여부 질의…정부, 뒤늦게 "장보고 무상양도"

하지만 폴란드가 이번 수주전에서 '갭 필러'를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체의 대응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현지 언론(Rzeczpospolita)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당국은 지난 9월 말 한국 등 6개 정부에 약 10개 분야의 질의를 발송했다. 여기에는 신형 잠수함 인도 전 전력공백을 완화하기 위한 중고 잠수함 제공 여부가 포함됐다. 
 
결국 우리 정부가 장보고-Ⅰ 양도 의향을 밝힌 시점이 최근임을 감안하면 2개월 가까운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스웨덴이 '갭필러 잠수함'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인도 시점을 2027년으로 약속한 것은 우리로선 아쉬움이 더욱 크다. 우리 잠수함은 곧 퇴역이 임박했기 때문에 즉시 양도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60조원 캐나다 사업 총력전 필요…잠수함 강국 독일, 발빠른 대응

사진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는 모습. 해군 제공사진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는 모습. 해군 제공
내년 상반기 최종 사업자 발표가 예정된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폴란드보다 훨씬 규모가 크기에 경쟁도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은 2030년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의 대체 전력으로 디젤 잠수함 12척을 발주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다.
 
잠수함 계약비용만 최대 20조원에 30년간 MRO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에 이른다. 우리 기준으로는 단일 방산 최대 수출계약이며, 성공할 경우 K-방산의 위상도 크게 달라진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이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올라있다. 스웨덴 등은 빠진 가운데 재래식 잠수함의 판도를 잡기 위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캐나다 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잇달아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독일이 전통적 잠수함 강국의 저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관계 등을 바탕으로 캐나다에 오래 공을 들여온 점을 감안하면 낙관하기 어렵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남은 캐나다 사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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