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본격 추진? 노동부는 미지근한 이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주 4.5일제, 국정과제 포함됐지만 '법제화'는 먼 길…4.5일제 본격 추진 맞나?.
노동부 "자발적 확산부터"… 내년도 예산도 300억 규모 불과
"가야할 흐름"이지만 사회적 공감대 전제돼야 하는 일
노동계조차 미묘한 입장 차…쉽지 않은 공론화

민주당 대표 당시 주 4.5일제 토론회 참가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민주당 대표 당시 주 4.5일제 토론회 참가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주 4.5일제'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되고, 정부가 관련 지원법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 추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책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노동시간을 직접 단축한다기보다는 유도·지원 중심 정책에 가깝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주 4.5일제 도입에 조심스러운 가운데, 정책에 동력을 불어넣을 사회적 대화 역시 아직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실노동시간단축지원법'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재정 지원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법이다. 정부는 이 법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또 오는 24일 양대노총과 만나 주 4.5일제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입법 절차도, 의견수렴 과정조차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보통 정부 역점 사업은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4.5일제에 대해 노동부는 따로 설명회 한 번 없이 관련 보도들에 그간의 입장을 정리한 설명자료를 낸 것이 전부다.

노동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자발적 확산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라며 법정노동시간 단축이나 강제 도입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법정 시간을 줄이려면 근로기준법 개정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시범사업과 기업 지원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주 4.5일제'가 전면 실현되려면 현재 주 40시간으로 정해진 법정 소정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는, 노동시간의 근간을 뒤흔들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노동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주 52시간제 도입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 또한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 추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법으로 일정 시점에 시행하는 것은 갈등과 대립이 너무 심해 불가능하다"며 법정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4.5일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현재 주 4.5일제를 둘러싼 논의는 '본격 추진'이라는 표현보다는, 본격 실험 혹은 예열 단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셈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실제로 노동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으로 324억 원 정도를 편성했을 뿐이다. 내년도 노동부 전체 예산 37조 6천억 규모에 0.1% 정도다. 이를 통해 '워라밸+4.5 프로젝트'(276억 원), 특화 컨설팅(17억), 육아기 10시 출근제(31억) 등을 포함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 역시 모두 자율적 도입을 전제로 한 간접 지원에 그친다.

노동부는 관련 사회적 논의를 언제쯤 시작할 것인지도 아직 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접근은 제도화라기보다는 '정책적 실험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주 4.5일제 논의가 본격 추진된다는 해석은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노동계 내에서조차 4.5일제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의견을 모아 추진하는 일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대통령과의 오찬 면담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은 '정년 연장'과 함께 '주 4.5일제 도입'을 직접 요구하며, 의제를 선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노총 김 위원장은 당시 "과감하게 주4.5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해 내년을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적 첫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경우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본격적으로 주 4.5일제를 주장하고 있고, 타 산업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은 당시 주 4.5일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주 4.5일제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당연히 필요한 방향"이라면서도 "노조 조직률이 극히 낮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며 구조적 불균형을 지적했다.

또한 "서비스업 등 저임금 업종에서 노동시간이 줄면 임금 삭감으로 연결될 수 있어 근로조건 저하 없는 단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4.5일제 논의는 법제화를 목표를 둔 본격 추진보다는 오히려 '자발적 확산' 중심의 흐름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주 4.5일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대세 흐름"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률적인 법 개정보다는 자발적인 참여와 인센티브 확산을 통해 기반을 다진 뒤,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면 법제화를 논의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의 경우 생산성 문제와도 깊이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임금이 줄지 않으려면 생산성 향상과 기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근로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