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소환된 미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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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일부 구금자들은 관처럼 생긴 상자에 갇혀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금자들에게는 족쇄가 채워졌고 용변 등 분뇨 처리에 물 한 양동이씩만 허용됐다. 몇몇 구금자들이 사망한 이유 중 하나는 난방 부족 때문이다.

구금자에 대해서는 섭식 조작도 흔하게 행해졌다.

CIA 고위 관계자는 '구금 시설 자체가 고문'이라고 말했다'(2014년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
2025년 미 조지아주 한국 노동자 구금 증언 발췌
허리에 쇠사슬을, 손에는 수갑을 채웠어요. 구금 시설은 한 방에 80여명이 몰려 있어서 잠도 서서 자야 했어요. 구금실이 너무 추웠는데도 이불이 없어 수건을 덮고 자야 했습니다. 첫 식사는 콩 요리 단 하나였고 이후에 나온 빵에서는 쉰내가 났습니다. 식수로 준 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했죠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집단 체포 및 구금 사태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우리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례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인 노동자들을 마치 테러범 다루듯 했기 때문이다.
 
첫 인용 부분은 지난 2014년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9.11테러 용의자를 구금했던 CIA의 '강화된 심문 기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CIA의 강화된 심문 기법은 사실 '고문'이었다.

물고문과 구타, 벌거벗겨 끌고 다니기, 잠 안재우기 등  신체적 고문이 '강화된 심문 기법'이라는 말로 세탁됐다.
 
열악한 구금 환경도 신체적 고문 못지 않았다.

비좁고 더러운 방에 온전치 못한 음식, 의도적 암흑과 소음 등은 구금자들의 몸과 마음을 갉아 먹었다.
 
미 상원 정보위는 CIA의 강화된 심문 기법이 잔인했고 구금 시설은 열악했다며 CIA의 구금과 심문을 사실상 고문으로 봤다.
 
당시 보고서는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보편적 인권을 앞세워 온 미국의 민낯이 까발려졌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표방해온 인권이란 사실 미국과 미국인만을 위한 인권 아니었냐는 비판도 거셌다.
 
10여 년이 지난 2025년 '두 얼굴의 미국'이 대한민국에 재소환되고 있다.
 
미국 이민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미국 이민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 조자아주 현대차-LG 배터리 합작 공장 한국인 노동자 집단 체포 및 구금에서 적지 않은 인권 침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이민 당국은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이 공장에 들이닥쳐 3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을 체포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용 비자인 B! 비자로 입국하거나 심지어 미 영주권자인데도 미 정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체포 구금했다.
 
체포 과정에서는 케이블타이와 수갑은 물론 쇠사슬도 등장했다.
 
구금 시설은 열악 그 자체였다.
 
구금과 조사 과정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은 인종 차별과 멸시도 느꼈다고 한다.
 
만약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이렇게 체포되고 구금됐다면 미국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까?

미국인들은 '아마도 한국에 전쟁을 선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미국의 인권 상황은 퇴보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무차별 검문과 체포, 구금, 추방이 일상화되고 있다.
 
체포된 이민자 가운데 일부는 테러범들이 고문당했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국무장관은 극우파 찰리 커크의 피격 사망을 지자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추방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이 늘 주장해온 보편적 인권 가운데 하나가 '표현의 자유' 아니었던가?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한국인들은 자존감에 큰 상처도 입었다.
 
'한미동맹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말인가? 한국은 미국에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도 미국 정부는 공식 사과 한마디 없다.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들러 외교부 차관과 만나 '유감' 표명을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을 뿐이다.
 
하지만 부장관의 유감 표명은 미국 정부의 공식 기록이나 발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수시로 글을 올리는 개인 SNS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감 표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 의견 제시 수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미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관련 기업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
 
미래 한미관계나 사업을 위해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된다.
 
국익을 이유로 국민 피해를 외면한다면 오히려 건전한 한미관계를 해친다.

윤금이씨 살인사건 효순미선 사건,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 등 수많은 미국인 범죄를 겪으며 한미 간 기울어진 형사 사법 운동장이 조금씩 개선됐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미국에 강하게 항의한 결실이다.
 
부당한 침해에 항의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바로 잡지 않으면 그 침해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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