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사법개혁,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관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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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행, 법률과 민주주의 주제로 강연
"3개 권력이 상호 견제·균형이 기본 원칙"
"국회가 헌재 결정 문제 삼는 것 이해 안 돼"
"대법관 증원은 수단이지 목적 아냐"
검찰개혁에 "아무 입장 없다" 말 아껴
"尹 탄핵 결정문 가장 공들여 썼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송선교 기자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송선교 기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하는 사법개혁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행은 1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고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과 관용 없이 개혁을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여당 주도로 이뤄지는 사법개혁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행은 "권력을 3개(행정·입법·사법)로 쪼개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 것이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만든 제도고, 우리나라 헌법도 그에 기초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존중 위에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헌법재판소를 향한 정치권의 비판에 관해서도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행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재판을 하는 것은 주권자가 숙고 끝에 내린 결단으로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그 권한에 대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문제 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문 전 대행의 강연과 대담은 서강대 멘토링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회를 맡았고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대법관 증원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지 (증원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며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고심 제도를 사실심의 연장으로 볼 것인지, 법률심으로 볼 지에 대한 것이 먼저 정해지고 상고 사건이 많은 이유와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 독립 침해에 관해서는 "사법의 독립은 사법부가 존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사법부가 독립되지 않으면 사법부라고 볼 수 없다.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의 독립을 방패로 삼아서 사법부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신뢰받지 못하면 존립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 등 현재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두고선 "전혀 공부한 적이 없기에 어떠한 입장도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검찰개혁이 위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위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강연에서 탄핵 선고 당일에 대한 회상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 4월 4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관사로부터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길에 불상사가 생길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없애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일하면서 이보다 더 공들여 쓴 결정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또한'이라는 말로 바꾸기도 했다"며 "논리와 문장 구조를 토론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단어를 토론해서 결정문을 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12·3 내란 사태에 대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면 재판관도 용납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비상계엄은 정치를 업생고 군인을 동원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국민이 피해자다. 피해자들이 알아듣고 이해하기 쉽게 (결정문을) 쓰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정치권에 진출할 계획'을 한 학생이 질문하자 "명확히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강연장에는 약 400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이 밖에 500여 명의 학생은 원격 영상 중계를 들었다.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친 이후 '호의에 대하여'라는 저서를 낸 문 전 대행 외부 강연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카이스트와 전남교육청, 창원대 등에서 강연을 했고 지상파 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이번 서강대 강연은 서울에서는 처음 열린 강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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