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이게 맞아?"…재계에 커지는 속도조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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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 "대미 협상 교착…日과 상황 다르다고 美에 전달"
'구금 사태로 아연실색'재계 "이대론 美사업 불가능"
"美시장, 분명 중요하지만 시장 다각화 필요성 점점 커져"

정부, 현대차·LG엔솔 등 대미투자기업 긴급 간담회. 연합뉴스정부, 현대차·LG엔솔 등 대미투자기업 긴급 간담회. 연합뉴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미국 당국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노동자가 체포·구금되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 미국 투자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통상 불확실성에 이번 조지아주(州) 참사로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 시장 다각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산업에서 미국은 분명 중요한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진행 중인 투자를 백지화할 순 없지만, 본격화되지 않은 대미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과 신규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미 투자펀드 협상 교착"…관세협상 장기화 국면

연합뉴스연합뉴스
1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큰 틀의 관세 협상을 타결한 후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상호관세율 인하를 조건으로 3500억달러(우리돈 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와 1천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약속했고, 미국은 그 대가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인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15%의 상호관세를 적용 받고 있지만,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율은 아직도 25%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실무 협의가 진행중이지만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양국의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는 5% 정도로 한정하고 대부분은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채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이 높은 비율로 자국이 직접 지정한 분야에 지분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특히 한국이 염두에 뒀던 반도체와 조선, 원자력 분야 투자 뿐 아니라 알래스카 LNG개발과 미국 내 전력망 구축 등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 등에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세 후속협상과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3500억달러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양해각서(MOU) 문안을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협상을 수십 번 했는데 (현재 협상이) 상당히 교착 상태에 있다"며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데 단기간 자동차 산업의 관세 차이를 좁히겠다고 서둘러 합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누구도 그 문안 그대로 서명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시작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오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관세(15%)가 한국산(25%)보다 15%포인트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조속한 합의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만큼 관세 후속 협상 장기화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쳐… 관세發 美시장 불확실성에 한국인 구금까지

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안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안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관세 리스크 장기화 속 한국인 수백명이 구금되는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재계의 대미 사업 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 이후 당사자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국내 주요 기업 본사 직원들의 미국 출장 일정이 전면 취소되거나 보류 됐다.

대미 투자를 진행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도 '손익계산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중 상당수는 미국 국무부의 외교업무 매뉴얼(FAM)에 따라 현지에서 건설 현장 근로자를 감독하고 교육하는 업무 수행이 가능했지만 무분별하게 체포되고 구금되는 등 미국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과 현장의 미스매치는 단속 또는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HSI(국토안보수사국)·ICE(이민세관단속국)·CBP(세관국경보호국) 등은 같은 B-1 비자에 대해 보다 미 국무부보다 엄격한 '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재계는 비자를 포함해 미국 투자 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현지 활동에 대한 안전과 확실하게 담보 되지 못하면 미국 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내 각 기관 간 규정에 대한 해석과 집행이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안 그래도 관세 등으로 미국에서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 속 리스크가 더 커진 것"이라며 "양국이 이런 부분을 정리하지 못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자 문제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미국으로 기술 전문가를 파견하는게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미국 투자와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美시장 분명 중요하지만 불확실성 고조"…"시장 다각화 더 적극적 검토"


시장 다각화에 대한 압력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미 투자에 나선 한 기업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규모면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국내 다수 주요 산업에서 중요한 시장이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이미 시설 투자가 본격화된 사업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속도가 늦어질 순 있겠으나 사업 중단, 백지화 등이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착수하지 않은 사업이나 신규 투자는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울며겨자멱기로 대미 투자 확대가 검토된 면이 있지만, 최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미국 상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말까지 관세를 맞으며 버티는 것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미국 외 유럽이나 아세안, 중국 등 시장 다각화를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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