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투자 환영하면서 인력은 통제…합법적 유입 통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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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현대차 조지아 공장 대규모 단속…"산업 전략과 이민 정책 충돌"
KEI "투자는 불러들이면서 기술 인력 길은 닫혀 있어"
투자 정착 위한 초기 가동 단계, 韓 숙련 인력 필수
"한국 전용 비자 신설·제도 개선 시급" 지적

ICE와 교섭 마치고 이동하는 현장 대책반. 연합뉴스ICE와 교섭 마치고 이동하는 현장 대책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통해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인력 유입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정책적 모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아리우스 데어 공보국장은 8일(현지시간) KEI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과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두 가지가 현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 현장에서 약 300명 이상의 한국인이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됐다. 미 국토안보부는 단일 사업장 단속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으며, 구금자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업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자발적 출국 조치를 조건으로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어 국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는 미국의 산업 전략과 이민 제도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반기면서도, 정작 그 투자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 필요한 기술 인력이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가 조지아주에만 126억달러를 투자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연방 이민 규정 때문에 공장 가동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한국 엔지니어와 숙련 인력을 제때 배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배터리 셀 라인, 모듈 조립, 공정 자동화와 같은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현지 인력이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숙련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현지화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이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은 연간 6만5천 건으로 제한돼 있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려 신속성이 중요한 투자 프로젝트와는 맞지 않는 실정이다. 단기 체류 비자(B-1), 주재원 비자(L-1), 교환연수 비자(J-1) 역시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절차가 복잡해, 특히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 하청업체들이 제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데어 국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협력업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기업이 비자 문제를 하청업체의 문제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며 계약망 전체를 아우르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비자 활동과 현장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수출 통제와 안전 규정을 반영한 상시 감사 제도를 운영한다면 불필요한 단속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핵심 동맹국임에도 호주의 E-3 비자나 싱가포르·칠레의 H-1B1 비자와 같은 전용 비자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가 마련돼야 예측 가능성과 신속성이 담보되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불확실성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원하던 고용 효과와 산업적 성과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현행 제도의 탄력적 운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특정 직종을 인력이 부족한 분야로 지정해 별도의 심사 절차 없이도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목록에 반도체 기술자 인력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B-1 비자의 교육 활동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J-1 연수생 비자 같은 기존 제도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어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전략적 투자를 원한다면, 투자와 함께 들어오는 기술 인력의 합법적 경로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주요 파이프라인이 막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산업 전략과 이민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한미 경제 협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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