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간판' 78년 만에 내린다…檢 내부 "현실로 다가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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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78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중수청은 행안부 산하
대격변 실감하는 검찰…"어떻게 흘러갈지 막막"
'보완수사권' 두고 2라운드 전망…후속 쟁점 다듬기 과제
대검 "주어진 업무 충실, 국민 지키는 게 검찰 역할"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정부가 검찰개혁의 큰 틀을 정하면서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기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은 분리하고,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는 불가피할지라도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두길 내심 기대했던 검찰 내부는 대격변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보완수사권'은 수사 지연 방지와 공소 유지 등을 위해 반드시 검찰에 남겨놔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향후 구체적인 각론을 두고 또 다시 각계에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檢, 78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중수청은 행안부 산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전날(7일)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청은 폐지돼 수사 기능이 사라진 채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바뀐다.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이 신설돼 넘겨받는다. 공소청은 법무부에,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각각 설치된다.

이로써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 폐지와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 강경파 중심으로 지난 6월 발의된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중대범죄수사청 신설·국가수사위원회 신설)에도 나왔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수청이 어느 부처 소속으로 갈 것인지는 최근까지도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법조계에선 행안부 산하에는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가 있는만큼 조직 비대화 우려가 제기됐고, 수사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을 둬야 원활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행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갖지만,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이나 국수본부장을 지휘할 수가 없어 중수청 역시 견제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중수청의 소재는 검찰 내부에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법무부 소속이던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소속 부처를 바꾸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확실한 수사·기소 기능 분리를 명목으로 행안부행이 결정되면서 검찰은 대격변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처를 옮기는 건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듯하다"며 "사실상 검찰 내부 바람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흘러갈지 막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두고 2라운드 전망…후속 쟁점 다듬기 과제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
민주당은 정부와 최종 조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를 법률안 공포일로부터 '1년 후'로 유예하고 남은 기간 세부사항을 다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핵심 쟁점이었던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수사 관할 문제를 조정하는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신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주제들은 법률안 공포 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입장에선 보완수사권 사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 수 있다. 실제 최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 보완수사 폐지와 관련해 "보완수사는 검찰의 의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수사 단계뿐만 아니라 기소 이후 재판에서의 공소 유지 역량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으면 문제로 떠오른 '수사 지연'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거나, 지방검찰청이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항고를 하더라도 고등검찰청이 보완수사를 하거나 지검에 재기 수사를 명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공소청에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만 주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검찰청 폐지가 위헌 소지가 지적도 나온다. 헌법 89조 16항에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명시돼 있어 검찰청을 없애려면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바꾸려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선 후속 쟁점을 차분하게 다듬는 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이 개혁이 아닌 검찰 이름 없애기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평상시대로 주어진 업무에 충실히 해 국민들을 지키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후속 협의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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