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난 곳이 무대? 용산구 선넘은 '이태원' 마케팅[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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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의무를 마치 '자발적 성과'처럼 포장
지역경제 회복 명분 속 피해자 배려 부족

용산구 제공용산구 제공
우리 사회는 3년 전 이태원 참사의 사회적 트라우마를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큰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을 구정 홍보 수단으로 반복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용산구는 2024년 핼러윈 기간 중 이태원 일대의 안전대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수상 소식을 보도자료로 25일 냈다. 
 
22일 서울시가 주최한 '2025년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작년 핼러윈 기간 안전대책을 출품해 대상(1등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용산구는 "'안전한 도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주최자가 없는 축제라도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핼러윈 데이 사전 준비에서 사후 평가까지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했다"는 자평도 덧붙였다.
 
마치 '핼러윈 데이처럼 주최자가 없는 축제는 안전 관리할 의무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관리해서 상을 받았다'는 뉘앙스다.
 
이태원 참사 합동감식 현장. 류영주 기자이태원 참사 합동감식 현장. 류영주 기자
서울시가 유족들의 반발에 대상 수상을 뒤늦게 취소하며 사과를 했지만, 문제의 용산구 보도자료는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기까지 했다.
 
'주최자가 없는 축제'도 지금은 법적으로 안전관리 의무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 '주최자가 없는 행사나 다중운집 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해 2023년 12월 8일 통과시켰다. 
 
즉 2024년부터는 용산구에 핼러윈 데이의 안전을 관리할 '법적 의무'가 부여됐는데도 자발적으로 관리한 것처럼 포장해 안전관리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태원 문화예술축제 포스터. 용산구 제공이태원 문화예술축제 포스터. 용산구 제공
용산구는 문제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날인 27일에도 이태원 관련 보도자료를 추가로 냈다.
 
오는 9월 5일 '이태원, 다시 무대에 서다'라는 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 축제 때는 '신나는 연주'를 선보이고 '댄스 워크숍'도 연다고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지만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이태원 참사 유족과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구조대원 및 일반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모자라는 표현들이다.
 
특히 '다시 무대에 서다'는 축제 제목이 눈에 밟혔다. 
 
기자는 용산구측에 "3년 전 참사에 이어 이번에도 이태원이 '다시' 국민적 관심의 무대에 서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냐"고 문의했다. 
 
용산구 관계자들은 또 다른 고통을 받아온 상인들을 위한 행사로 오래전에 기획됐으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위해 참사 장소 대신 녹사평 광장으로 무대를 옮겨서 하는 행사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해당 제목에 대해 "중의적 표현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청 직원들도 참사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해를 구했다. 
 
죽은 상권 부활을 위한 행정기관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죽은 사람들의 영혼과 유족들의 상실감을 되새기려는 노력이 아쉽다.
 
더욱이 참사의 진실 찾기가 전 정권의 방해 속에 아직까지 진행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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