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내교(內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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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피스메이커' 한미정상회담 직전 우리 국회에선 MDL 문제로 설전
한미회담 결과 놓고는 여야 극과 극…국민의힘 "굴욕적 아부, 외교 참사"
李 특급칭찬에 트럼프도 "위대한 지도자" 화답…누가 누구에게 아부?
생산적 논쟁은 실종…美 방문 맞춰 中 특사 보낸 함의 등 고차원 담론 아쉬워
내부 통합으로 외교 지렛대 키우는 게 진정 국익 위하는 정치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의 '피스 메이커' 담론이 오간 지난 25일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우리 국회에선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 등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정부가 북한의 확성기 철거를 침소봉대하며 화해 기류인 것처럼 선전했다는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의 주장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반박했다.
 
안 장관은 "(윤석열 정부 포함) 전 정부의 여러 프로토콜(선례)을 참고한 것"이라며 "MDL(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중계하듯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북한군의 MDL 월선을 우리 군이 축소·은폐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북한군 30여명이 지난 19일 MDL을 남하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북상했지만 북한이 23일 비난 담화를 발표할 때까지 쉬쉬했다는 것. 또 북한군 숫자도 '수 명'으로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군 당국은 당시 관측된 북한군은 30여명이 맞지만 MDL을 넘은 것은 수 명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작전 상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군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북한군의 MDL 월선 약 10건 가운데 무장 여부 등 사안이 비교적 중한 것 2건만 선별 공개했다.
 
북한은 '적대적 2국가 체제' 선포 후 휴전선 일대 방벽 건설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MDL 침범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설치된 지 70여년 된 낡은 표식물로 인해 남북 경계선 구분이 흐릿해지는 것도 원인이 됐다. 북한군의 MDL 침범을 무조건 고의적 도발로 단정하긴 힘든 이유다.
 
이런 공방이 끝나갈 무렵 미국 워싱턴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이 국제적 관심 속에 열렸다. 외신은 "한국의 승리"(폴리티코) "놀라운 장면"(뉴욕타임스) "긴장 완화에 성공"(블룸버그) 등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반응은 달랐다. 국민의힘은 "역대급 외교 참사" "굴욕적 아부"라고 혹평하며 칭찬 일색 여당과 극과 극의 대조를 이뤘다.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하고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크게 잘못됐다면 따지기도 하고 고치기도 해야 한다. 길게 보면 그게 진짜 국익이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 사실에 바탕으로 둔 생산적 논쟁이어야 한다. 현실을 왜곡하고 정략적 파쟁으로 변질한다면 국가 공동체 전체에 해를 입히는 대죄를 짓는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열기 위해 특급 칭찬을 연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위대한 사람, 위대한 지도자' 같은 기대 이상의 극찬을 받았다. 이쯤 되면 과연 누가 누구에게 아부했는지가 헷갈리게 된다. 
 
아부 외교니 외교 결례니 따지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 미국을 방문한 이유, 미국 방문에 맞춰 중국 특사를 동시에 보낸 사실 등이다. 
 
이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방문한 것은 한미일 협력을 미국에 보여주는 것과 함께,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미국을 첫 방문지로 삼지 않은 우리나라 최초 대통령 선례를 만든 함의도 있다. 
 
동시에,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먼저 손을 내밂으로써 과거와 달리 한미일 다자구도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무릇 정치인은 외교에 있어서도 높은 안목으로 대안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아울러 내부를 원만히 통합함으로써 그 힘으로 외교 지렛대를 키우는 게 진정 국익을 위하는 정치다. 어쩌면 외교보다 내교(內交)가 더 어렵고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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