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에 대한 첫 신병 확보에 나선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책임 미이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보는 중이다. 이 전 장관 구속 여부를 심사할 법원이 특검 논리를 받아들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다른 국무위원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이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그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행안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다.
우선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정부조직법에 따른 행안부 장관 사무인 '국무회의 서무'를 제대로 관장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국무회의 소집 전 국무위원에게 연락하거나 종료 후 회의록을 작성하는 업무가 국무회의 서무에 해당한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에는 행안부 의정관이 국무회의 서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는데, 당시 행안부 의정관은 연락을 받지 못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의로 선정한 국무위원 6명만 호출하도록 대통령실 부속실 등에 지시했고, 11명의 국무위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비상계엄 선포 안건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경찰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은 국회 등에 경력을 투입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등에 대한 경력 투입은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부조직법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한다. 즉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 이 전 장관으로선 국회에 대한 경력 투입을 막았어야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와 같은 적극적 행위뿐 아니라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 역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이 제대로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검이 군·경 지휘관 외 인물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이 이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한다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은 지난 25일 한 전 총리 자택과 국무총리 공관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 역시 비상계엄 선포 때 법령상 요구되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