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전공의 대표 사퇴…'1년 4개월만' 복귀 계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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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독대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없다" 강경파 리더 박단 위원장
새 정부 출범에도 의정갈등 해소 기미 안보여…"복귀 원한다" 내부 목소리
'내부 결속' 강조했지만 '빅3' 전공의 대표 '조건부 수련 재개' 입장에 사퇴
전공의·의대생 정치권 접촉 넓혀…김용태 비대위원장·박주민 복지위원장 만나
'새 비대위 꾸리자' 나서지만, 복지부·교육부 장관 인선 지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
지난해 2월부터 의정갈등 국면에서 전공의를 대표해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자,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 '내부 결속'을 강조하며 강경파를 자처해 온 박 전 위원장이 자리를 떠나면서 지지부진했던 의정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전날 대전협 내부 공지를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일 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사직 전공의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강경파 리더로 활동해왔다.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약 140분간 대화한 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복귀 원해" 내부 분열…측근까지 돌아서 '결단'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박 전 위원장의 사퇴 배경으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갈등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복귀를 미뤄온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점이 꼽힌다.

실제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 200여 명은 "지난 5월 추가 모집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의정 간 새로운 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라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공지 때문에 미복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집행부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현 정부의 보건의료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성급한 복귀 결정은 시기상조"라며 "내부 질서를 우선 정리해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하루 만에 '빅3'로 불리는 김은식 세브란스병원·한성존 서울아산병원·김동건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조건부 수련 재개' 입장을 밝히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들 대표는 모두 박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를 꾸려왔던 인물이다. 박 전 위원장은 "1년 반을 함께 고생한 동료이자 친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며 "끝내 한 마디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의대생도 흔들…정치권 접촉 나선 전공의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문숙의학관에서 '전공의·의대생들에게 듣는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주제로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한 대담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문숙의학관에서 '전공의·의대생들에게 듣는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주제로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한 대담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위원장과 함께 강경 노선을 주도해온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역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의사 및 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는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찬반 투표까지 진행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최근 정치권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김찬규 씨 등은 지난 22일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한 대담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의료 사태 해법을 논의했으며, 전날에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도 면담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사직 전공의 정원 보장 △8월 전문의 시험 시행 △9월 인턴·전공의 모집 확대 △입대 사직 전공의 복귀 허용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 비대위 꾸리는 전공의…주무 부처 인선 지연은 걸림돌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박 전 비대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나섰다.

김은식 세브란스병원·한성존 서울아산병원·김동건 서울대병원·박지희 고려대의료원 전공의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현 비대위 체제로는 조속한 시일 내 의미 있는 변화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비대위 구성의 건'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임시 대의원총회를 오는 26일 오후 9시 온라인으로 개최한 뒤 주말인 28일 오후 5시 동일한 안건으로 오프라인 대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사직 전공의 김찬규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사퇴는) 소수의 목소리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치러야 할 홍역이었다"며 "빠른 리더십 회복이 필요한 상횡"이라고 짚었다.

이어 "제가 처음으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를 전한 뒤에 많은 전공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꺼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면서, 사직자 복귀를 위한 특례 조치나 제도적 검토가 본격 논의되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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