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 아래 미군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 세 곳을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 핵문제와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 나아가 중동 정세 전체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모든 항공기들은 이제 이란 영공을 벗어났다"며 "탑재 가능한 최대한의 폭탄을 주요 표적인 포르도에 투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동원해, 벙커버스터 GBU-57로 알려진 초대형 관통 폭탄을 이용해 이란의 지하 핵시설 파괴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인 타격"이라고 자평했다.
이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향후 2주 이내에 (이란과의 협상 여부를 고려해) 개입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당시 그는 "가까운 미래에 협상이 'substantial(상당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기반"이라고 강조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튿날인 2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며 "2주는 최대치"라고 밝혀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실제로 그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나 JD 밴스 부통령을 특사로 보낼 생각이 있었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직접 회담에 나서겠다는 뜻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을 위한 중재에 나섰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노력에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의 직접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담은 무산됐다. 이란은 이후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의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주 유보' 발언은 이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연막 작전이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미군 유럽사령관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란 사람들이 안일해지도록 달래려는 매우 영리한 책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국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당적인 대(對)이스라엘 지지와 이란 핵보유 불용 원칙, 그리고 '마가(MAGA)' 핵심 지지층의 해외 군사개입 자제 요구 사이에서 결국 전자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절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주도하고,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바 있다. 그는 국방비 분담 확대와 관세 부과 등으로 대부분 동맹국을 압박해온 반면,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일관된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개입에 신중했던 그간의 기조를 깨고 이란 공습에 나선 데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자신의 임기 초반에 '핵 보유국'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위기감과, 이스라엘에 대한 개인적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란은 그간 "미국이 공격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모든 미군 기지는 우리 사정권 안에 있으며, 주저 없이 타격할 것"이라며 반격을 시사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이란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공격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추가 공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후티 반군(예멘), 헤즈볼라(레바논) 등 이란의 지역 연계 세력이 미·이스라엘에 맞서며 중동 전면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지상군 파병"이라며 지상 개입에는 선을 그었고, "이번 공습은 정권교체가 아닌 핵무기 저지가 목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란에 확전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이 파괴됐다고 하더라도 핵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우라늄 농축 시설의 재건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핵 관련 기술과 인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이란의 핵 개발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계기로 하메네이 체제는 국민 통제를 강화하고 핵무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단이 이란 핵 문제와 중동 분쟁의 마침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확전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가자 전쟁의 종결,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등 향후 대외 전략 자체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