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임기근 2차관이 6월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이재명 정부의 첫 추경 공개…20.2조 투하해 경기 살린다 (계속)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2차 추가 경정 예산안을 마련, 공개했다.
이번 추경안은 '전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중심으로 세출 20조 2천억 원, 세입 10조 3천억 원 등 총 30조 5천억 원 규모로 꾸려져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이로 인해 정부 지출은 700조 원을, 국가 채무 규모는 1300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100조 원을 넘어서고, GDP 대비 적자 비율도 -4%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 재정 건전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9일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이어 오는 23일 확정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기 진작 위해 추경 편성 속도전" 세출 경정 예산 중 75% 경기 진작 사업에 투입
불과 두 달 전 1차 '필수 추경'을 발표한 정부가 재차 추경에 나선 까닭은 한국 경제에 켜진 '빨간불'이 도통 꺼질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올해 1분기 0.2% 역성장하는 등, 4분기 연속 1%대조차 올라서지 못하면서 올해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극심한 내수 침체와 부진한 건설 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장벽 문제는 여전한데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등 대외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 야당이 된 국민의힘 역시 '30조 추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추경의 구성에 대한 이견과는 별개로,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 추경안의 특징을 △속도 △실물 경기와 현장의 목소리 기반 △실용 정신에 입각한 효율성이라고 꼽았다.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임기근 2차관은 추경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 진행했던 상세브리핑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다.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경기 반등은 지연되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을 갈망하는 현장 목소리에 신속한 추경 의결로 화답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면서 이번 추경을 서둘러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추경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투자 촉진 사업들에 초점을 맞춰 전체 세출 규모의 4분의 3에 달하는 15조 2천억 원이 투하된다.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만 국비 약 10조 3천억 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아울러 부동산 PF 시장에 8천억 원을 신규 공급하는 등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2조 7천억 원을 투입하고, AI(인공지능),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산업 투자를 촉진하는 마중물로 1조 2천억 원을 써서 경제 동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 외에도 소상공인들에게 장기 채무를 없애주고,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사업에는 5조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 지자체들의 지역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지방채를 1조 원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기준 0.2%p 성장률 제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2차 추경이 국회에서 서둘러 통과되더라도 올 하반기부터 집행될 점을 감안해 연내로는 0.1%p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尹정부 구멍난 재정에 대규모 적자 발행 불가피…5년 만의 '세입 경정'도 이뤄져
연합뉴스관건은 이번 추경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부 지출을 무슨 수로 막냐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시절 내내 이어진 '묻지마 감세' 정책이 경기 침체와 겹치며 정부 재정에 뚫린 구멍은 한껏 커진 상태다.
일단 정부는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 지출 구조조정을 통하여 5조 3천억 원을, 기금 가용재원에서 2조 5천억 원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규모 조정을 통해 3조 원을 각각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차관은 "특정 분야의 예산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 것이 아니고, 사업의 올해 안에 집행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했다"고 말하고, 고용보험기금, 전력기금, 주택기금 등을 거론하며 "각 기금의 여유재원으로 그 기금의 세출 사업에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채 시장 수요 기반은 굉장히 견조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국채 시장 참여자들이 연초부터 국채 발행을 예상해 이미 현재의 국채금리 추이에 합리적인 기대로 선(先)반영됐다"며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 외평채 발행을 3조 원 줄인 것도 외국환평형기금 자산 규모가 274조 원대로 충분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거나 정부의 대응 능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재원을 조달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정부는 국채를 1차 추경 당시보다도 19조 8천억 원이나 추가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올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세수 감소가 예상돼 10조 3천억 원 규모의 세입 경정도 이뤄졌다. 예상치 못하게 급히 정부 돈을 지출해야 할 때 세출 경정을 통해 정부 사업을 구성하듯, 세입 경정은 예상보다 줄어든 세수만큼 국채를 발행해 메우는 작업이다. 2020년 코로나19 시절 세제지원 대책효과를 반영하며 세입 경정 예산을 편성한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4월 기준 올해 예산안에서 계획한 국세 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37.2%로 역대급 세수 결손을 빚었던 지난해(37.3%)보다도 낮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 기간 상속세를 예상보다 9천억 원 더 거뒀을 뿐, 다른 주요 세입 항목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경기와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해 사업연도분 신고를 마친 법인세와 올해 상반기 실적 반영 신고를 완료한 부가가치세에서 각각 4조 7천억 원, 4조 3천억 원씩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수정됐다. 최근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 및 자동차·발전연료 등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등이 연장·확대된 점도 한몫했다.
정부 적자·채무 급증 불가피…기재부 "현재 여건서 재정준칙 못지켜…재정준칙 재평가해야"
기획재정부 임기근 2차관이 6월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이에 따라 정부의 지출은 702조 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어나게 됐고, 1차 추경 당시에도 9조 원 넘게 국채를 발행하면서 1280조 원을 넘어선 국가 채무 규모는 이번 추경으로 1300조 원의 벽까지 돌파할 전망이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24조 원(0.9%p) 커진 110조 4천억 원으로 늘어나 지난해에 이어 또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GDP 대비 적자 비율도 -3.3%에서 -4.2%로 악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정권 교체를 실감케 할, 전임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선 데 대해 임 차관은 "지난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질적으로 지키지 못했다"며 "현재의 경제, 재정 여건을 봤을 때 (재정준칙법에서 정한) -3%를 경직적으로 준수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와 재정 운용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정준칙의 실현 가능성, 수용성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 시절 2년 연속 역대급 세수결손을 빚을 때도 하지 않던 세입 경정을 단행한 데 대해서는 "과거 세입경정을 하지 않고 정부 내부에서 처리하다 보니 국회 (논의)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있었고, 이것도 사회적인 비용이었다"고 평가하고, "국민이나 국회, 언론에 내용을 소상히 설명드리고 상의올리는 것이 정상적으로 재정 운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