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수습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대위의 비대위 체제'에 대한 대안을 매듭 짓지 못하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각 세력간 수싸움이 이어지면서다.
지난 2020년 9월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시작한 이래 국민의힘은 권한대행과 직무대행, 비대위원장 체제만 반복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여기에 총선과 대선 패배, 12.3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비대위원장의 수난도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6일 "제가 어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고 구성됐다"며 "저희가 돌아오는 16일에 원내대표 선출을 당헌·당규에 따라 절차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30일까지인 임기를 일단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놓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차기 원내대표 선출까지는 업무를 이어간다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김용태 체제'로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퇴한 권 원내대표가 업무를 계속하면서 친윤(석열)계에 우호적인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우려한 것.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원장까지 물러나면 권 원내대표가 자기 사람을 또 앉혀서 수렴청정하며 판을 주무르겠다 의구심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과 언론에서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저는 차기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생각이 없다.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로 갈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개최할지도 정해진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권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각 세력간 셈법은 점점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친윤계 내에서는 원내대표를 차지한 뒤 전당대회를 최대한 미뤄보겠다는 심산이 지배적이다. 그 사이 당권 도전을 에둘러 시사한 김문수 전 대선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호적인 시선이 바뀌기를 기다려보겠다는 뜻도 반영돼 있다.
친한계 셈법은 좀더 복잡하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는대로 최대한 빨리 당권을 장악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확보하자는 쪽과 연말 전당대회설을 주장하는 쪽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지금 당장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반감이 여전한 데다 '예상외 선전'으로 주가가 높아진 김 전 후보의 '바람'을 빼놔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자연스레 김 전 후보 측은 최대한 빨리 전당대회를 연다면 당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 전 후보는 지난 5일 "(저에게) '당대표 하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저를 아끼는 사람은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한 김재원 전 의원은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당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뜻이 어디로 모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