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한 뒤 주민들을 상대로 파병 정당성을 강조하는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1면에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와 전체 지도부, 인민에게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성명 전문을 실었다.
파병에 '사의' 표하는 푸틴 성명 바로 공개
북한이 전날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문의 형식으로 파병을 공식 인정한 뒤에 나온 푸틴 대통령의 성명을 하루 뒤에 바로 주민들에게 알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러시아 인민은 조선특수부대 전투원들의 위훈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고 "영원히 추억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공고화된 우리 두 나라사이의 친선, 선린 및 협조의 관계가 앞으로도 모든 방면에서 성과적으로 박력 있게 발전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참전으로 수천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푸틴 대통령의 성명을 공개해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또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 등의 발언도 2면에 비중 있게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평양에 위훈비 설립 참전가족 우대 방침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파병의 인정과 함께 전투 위훈비 설립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고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며, "그들의 넋을 길이 전해가야 하며 참전용사들의 가족들을 특별히 우대하고 보살피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파병을 공식화한 만큼 수도 평양의 전투 위훈비 건립과 참전용사 가족 우대 방침 등 북한 당국이 후속조치를 밝혀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北 인민군 대표단 방러, 전승절 참석 여부 주목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민군 총정치국 박영일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러시아 방문길에 올라 눈길을 끈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3차 국제 반파쇼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방문이지만, 이 과정에서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하기 위한 일정을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의 파견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전승절 계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北 포로문제에도 목소리 낼 가능성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포착해 공개한 북한 군인의 모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SNS 캡처한편 북한이 파병을 공식화함에 따라 향후 휴전 협상이나 북한 군 포로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의 지위에 대해 "북한이 공식 참전을 시인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지금은 교전 당사국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공식적인 전쟁 포로의 지위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