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땅꺼짐 지점, '침하 취약구간'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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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23년 9호선 용역 보고서에 기술
"깊은 지반침하 위험구간…정밀시공 필요"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 309페이지 캡처'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 309페이지 캡처
지난 24일 오후 땅꺼짐이 발생한 서울 명일동 사고 지점은 이미 '지반 침하 취약구간'으로 선정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1일 CBS에 제공한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에는 '지반 침하 취약구간 선정' 및 '보강 및 차수방안'이 담겨있다.
 
해당 보고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성과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서울시가 2021년 발주해 2023년 완성된 보고서다.
 
보고서는 1공구 총연장 1348m의 구간을 여러 개로 나눠 각 지하에 시추공을 뚫어 특성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다양한 굴착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내용은 보고서의 후반부인 309페이지부터 등장한다. 
 
보고서는 전체 구간 가운데 6개 구간을 '지반침하 취약구간'으로 선정했다. 
 
그 가운데 2번째로 선정된 취약구간은 '터널구간 STA.42+780~STA.42+910.400 구간인 심층풍화대'로 표현돼 있다. 
 
풀어 쓰면, '서쪽 기준점에서 42.780km 지점부터 42.9104km까지 지하 깊숙이 암석이 서서히 부서져서 흙이나 부드러운 돌로 변한 지대'라는 뜻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보고서상의 표기 방식으로는 STA.42+835 지점이다. 즉 42.835km 지점으로 보고서의 2번째 '지반침하 취약구간' 내에 들어가 있는 곳이다.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4개차로에 걸친 '대형 싱크홀(땅꺼짐)' 이 발생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4개차로에 걸친 '대형 싱크홀(땅꺼짐)' 이 발생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있다. 박종민 기자
보고서는 이 두 번째 취약구간에 대해 "시추공에서 풍화암이 11.0m~16.0m에 출현하였으며, 터널 통과구간이 풍화토 및 풍화암으로 깊은 지반침하 위험구간으로서 시공 시 계측결과에 유의하면서 정밀시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사고 지점이 편마암 단층 파쇄대 지역'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고 지점은 편마암 단층 파쇄대 지역에서 250m 떨어져 있다"며 무관하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사고 지점이 '단층 파쇄대 지역'은 아닐지라도 '지반침하 취약구간'으로는 선정됐던 만큼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보고서 제안대로 '유의하면서 정밀시공'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대해 대우건설측은 모든 공정은 감리단에 보고하고 감리단의 승인하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감리단이란 발주처(서울시)나 시공사(대우건설)도 아닌 제3의 감독 주체로 6개의 감리사로 이뤄진 공동 감시 기구다.
 
그러나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이찬우 회장(공학박사)은 대우건설이 서울시의 용역 보고서가 제안한대로 '유의하면서 정밀시공'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사고 지점으로 굴착해 나가기 전에 전방에 있는 인근 주유소에서는 지반 침하의 징후가 수 차례 나타났었다"면서 "사전에 계획한 지보패턴(지지 구조물의 배열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에 맞게 새로운 지보패턴을 채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토부는 서울시와 대우건설을 배제한 채 중앙 사고조사위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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