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당 입장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 지 90일쯤이 된 시점에야 승복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잇따라 내놓았다. 야당은 극우 집회에 참석해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일삼는 여당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제재가 없다며, 여당의 승복 메시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양 진영의 결집세가 더욱 강해지면서 국민 분열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헌재도 이같은 부담감 때문에 이번 주를 넘겨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與 투톱 잇따라 '헌재 결과에 승복' 메시지
16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전 탄핵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바 있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번 기자회견(13일)에서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우리 당 공식 입장은 헌재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지난번 (헌재) 최종 변론 때 (결론에 승복하겠다는) 그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불과 6주 전인 지난 1월 말쯤엔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대표가 막역한 사이이고, 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 가족들이 특정 성향의 집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들이 탄핵 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의 남편이나 동생이 불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재판관들이 탄핵 심판했을 경우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나.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나"라고 '불복'을 암시했다.
尹석방 후 양 진영 결집세 뚜렷…"헌재 선고 이번 주 못 넘길 것"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오히려 각 진영의 결집세가 뚜렷해지면서 당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혹여 탄핵이 인용될 경우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등 '제2의 서부지법 사태'가 나올 수 있어서다. 여당 투톱의 기류 변화가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8일 윤 대통령 구속 취소 후 여야의 '거리정치'는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당초 지난주 후반쯤에는 헌재가 탄핵 심판을 선고할 것이란 예측이 유력했지만, 윤 대통령 석방이 변수가 되면서 미뤄졌다.
그 사이 여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반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석방에 대한 반발 심리로 장외 투쟁이 본격화 됐다.
특히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는 양측이 비슷한 규모로 열렸다. 탄핵 '찬성' 집회 참여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4만 2500명(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었고, '반대' 집회 참여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4만 3천명(주최 측 추산 350만명)이었다.
양 진영의 결집이 극에 달하면서 헌재도 더이상 시간을 끌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선고 시점을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 분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21일쯤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여당 승복 발언 진정성 의심
다만 야당에선 여당의 승복 발언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헌재와 공수처를 부수자"는 등 과격 발언을 일삼은 여당 의원들에게 당 차원에서 별다른 제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을 위한 부활절 준비 기도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마은혁 재판관도 임명하고, 헌재 파괴를 주장했던 의원들도 징계할 것인지 물어봐야겠다"면서 "헌재를 겁박하고 심지어 부숴버리자고 하는 의원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입법부의 일원으로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서 사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국민과 함께 내란에 맞섰던 민주당의 삼족을 멸해야 한다는 전한길을 국회로 부르고, 헌재를 쳐부수자고 선동한 국회의원들의 당적이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본심이 다른 데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공식 입장이라며 승복이라는 말을 내뱉고 있으니 국민 보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